막지 않아도 못넣는 신명호의 장수 비결 ‘막기의 달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5일 03시 00분


상대감독들 “3점슛 쏘게 놔두라”
12시즌 평균5점 넘긴 적 없지만… ‘수비 5걸’ 3번 등 끈질긴 플레이
KCC 선두권 이끄는 당당한 주전

유튜브에 등록된 한국프로농구(KBL) 관련 영상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화려한 덩크슛도, 결정적인 3점슛도 아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호통 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상의 제목은 ‘신명호는 놔두라고’다. 2017년 12월에 올라온 이 영상은 24일 현재 조회수 약 306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농구는 몰라도 신명호는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해진 이 영상에서 유 감독과 문경은 SK 감독은 작전 시간에 3점슛을 거의 던지지 않는 신명호를 막지 말고 다른 동료의 수비를 도우라고 주문한다.

유튜브 스타(?) 신명호(36·KCC·사진)는 22일 오리온전에서 시즌 두 번째 3점슛을 넣었다. 2쿼터 종료 2분여를 남겨두고 이정현이 외곽에 있던 신명호에게 패스를 했을 때 그의 마크맨 최진수는 골밑에 있었다. 신명호는 “(최)진수가 나를 그냥 놔두더라(웃음). 기회가 나면 3점슛을 한번 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연습하고 있었는데 (이)정현이가 좋은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신명호의 손을 떠난 공이 림에 꽂히자 평소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전창진 KCC 감독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상대 감독들은 ‘놔두라’고 하지만 전 감독은 신명호에게 ‘쏘라’고 주문한다. 신명호의 3점슛은 상대가 생각하지 못하는 옵션인 만큼 허를 찌를 수 있다. 신명호는 “감독님은 던질 수 있으면 던지라고 늘 말씀하신다. 이번에도 좋아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고교 때만 해도 신명호의 3점슛 성공률은 30%를 웃돌았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 탓에 슛 성공률이 떨어졌고 심리적 부담이 더해지면서 ‘슛 강박증’까지 생겼다. “상대 선수가 나를 막지 않으면 되레 ‘꼭 넣어야 한다’는 강박이 느껴진다. 내 스스로 그걸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2007년 프로 데뷔 후 단 한 시즌도 평균 득점 5점을 넘긴 적이 없는 신명호가 12시즌째 코트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끈질긴 수비력 덕분이다. 개인 통산 3차례 수비 5걸에 이름을 올린 그는 2016년 외국인 선수가 선정한 ‘최고의 1 대 1 수비수’에 뽑혔다. 이번 시즌 KCC가 선두권을 달리는 원동력으로는 강한 근성으로 팀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신명호의 역할도 꼽힌다.

KCC는 24일 안양에서 열린 KGC와의 방문경기에서 70-63으로 승리해 5연승을 달리며 2위(16승 10패)가 됐다. KGC(15승 10패)는 이날 패배로 2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적극적 수비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태고 있는 신명호는 “감독님이 수비 활동량을 많이 강조하신다. 비시즌 훈련을 통해 상대팀보다 ‘한발’ 더 뛰는 수비를 하면서 팀이 더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신명호#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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