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터프하고 직선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K리그1(1부리그) 성남FC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남일 감독이 결과로 진가를 입증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2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남 감독으로서의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김 감독은 남기일 전 감독의 후임으로 성남 지휘봉을 잡았다. 2016년 현역에서 물러난 김 감독은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과 한국축구대표팀,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에서 코치로 경력을 쌓았다. 김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데 부담이 많다. (경험 부족 등) 우려하시는 것들을 결과로 말씀드리겠다. 평가는 시즌이 끝나고 받겠다. 내가 가진 장점들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감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K리그1로 복귀한 성남은 남 전 감독의 지휘 아래 9위로 시즌을 마쳤다. 공격에서는 날카로움이 떨어졌지만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잔류라는 1차 목표를 이뤘다.
김 감독은 장점인 수비를 정비하면서 단점인 공격력까지 보강해 상위 스플릿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비쳤다.
“내 철학은 축구를 즐기는 것이다. 성남 경기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정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경기장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와야 하는데 막혀있다는 느낌이었다”는 김 감독은 “올해 수비적인 측면에서 강했지만 공격에서는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과감하고 용감한 공격적인 플레이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지금 이 자리에서 목표를 제시한다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구단주께서는 잔류만 해도 된다고 말하셨는데 오히려 그 말이 부담된다”면서 “내가 생각하는 올해 목표는 상위 스플릿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내가 원하는 구성이 되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탰다.
다른 수도권 구단들에 비해 팬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조금씩 바꿔나갈 생각이다. 김 감독은 “팬들이 다가오길 기다리지 않고 먼저 다가가 스킨십을 할 것이다. 가까워질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하겠다”면서 “팬들이 자랑스러워할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팀이 어떻게 발전하는지 지켜봐달라”고 예고했다.
전지훈련을 코앞에 두고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선수단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킬 선수들은 최대한 보호하면서 외국인 선수 영입 등을 통해 전력을 살찌울 생각이다. 코칭스태프는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정경호 상주 상무 코치가 수석코치로 합류한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 구성에 대해 “스트라이커를 1순위로 생각한다. 홀딩 미드필더와 센터백 자원도 구단과 상의해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여러 구단들이 군침을 흘리는 골키퍼 김동준을 두고는 “동준이는 성남 유스 출신이다. 반드시 함께 가야할 자원이다. 이적 시킬 생각은 전혀 없다. 동준이와 미팅을 통해 내가 생각하는 부분을 충분히 전달했다.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롤모델로는 거스 히딩크 감독과 이회택 감독을 꼽았다. 익히 알려졌던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4강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이 감독과 김 감독은 전남에서 사제지간으로 연을 맺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그랬지만 가장 영향을 받은 분은 히딩크 감독님과 이회택 감독님이다. 그 분들이 보여준 선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선수단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이기고 싶은 팀으로는 FC서울을 지목했다. 김 감독은 장쑤 코치 시절 최용수 현 서울 감독과 함께 생활한 바 있다.
“울산 김도훈 감독님, 인천 유상철 감독님, 서울 최용수 감독님 등 (대표 생활을 함께 했던) 여러 분들이 계시는데 특히 FC서울전이 기대된다. 가장 이기고 싶은 팀 중 하나다. 내년에는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묻자 김 감독은 “딱히 이유는 없다. 그냥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웃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했던 설기현 전력강화실장이 팀을 떠난 것을 두고는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설 실장은 K리그2 경남FC 감독으로 부임했다.
김 감독은 “굉장히 많이 아쉽다. 부임 후 설 실장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남았으면 좋겠다, 한 번 해보자’고 했었는데 어느 팀이라고 말은 안 했지만 나갈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더라”면서 “같이 했다면 시너지가 나겠지만 내 개인적인 욕심이다. 충분히 존중한다. 감독으로서 좋은 모습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알린 성남은 다음달 4일부터 태국 치앙마이에서 1차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2월3일부터 17일까지는 거제에서 새 시즌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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