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호가 2020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을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이 여정이 마지막에 결실을 맺으면 한국 남자축구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이 8일부터 26일까지 태국에서 열리는 ‘2020년 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한다. AFC U-23 챔피언십은 2014년 창설된 역사가 길지 않은 대회다. 초대 대회 이후 2년마다 개최되고 있으며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다.
아시아 U-23대표팀들이 자웅을 겨루는 무대라는 자체로 무게감이 작지 않지만 2016년 대회부터 올림픽 예선을 겸하게 되면서 느낌이 또 달라졌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와 맞물리는 ‘짝수 해 챔피언십’은 비중이 더 커졌다. 태국에서 펼쳐지는 2020년 대회도 다가오는 여름 도쿄 올림픽에 초대받을 수 있는 팀들이 결정되는 터라 보다 많은 관심이 향하고 있다.
대회는 8일 오후 이라크와 호주의 A조 경기를 시작으로 막을 올리며 C조에 편성된 한국은 9일 오후 10시15분(이하 한국시간) 중국과 1차전을 갖는다. 대표팀은 12일 이란, 15일 우즈베키스탄과 조별리그를 이어간다.
4개국이 4개 조에서 조별리그를 진행하며 각조 상위 2개팀이 8강에 오르는 방식이다. 토너먼트 첫 관문을 통과해야 올림픽 본선행을 꿈꿀 수 있다. 대회에 걸려 있는 본선 티켓은 총 3장. 최소한 준결승까지는 올라야하고 개최국 일본이 4위 이하에 그친다면 3위안에 들어야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지난 대회 성적을 봤을 때 쉬운 목표도 아니다. 4년 전 카타르에서 펼쳐진 ‘2016 U-23 챔피언십’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해 그해 여름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 바 있으나 1회 대회와 2018년 3회 대회는 4위에 그쳤다. 올해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한국과 함께 C조에 속해 있는 디펜딩 챔피언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A조의 호주, B조의 일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D조의 아랍에미리트 등 기존의 강호들과 복병으로 꼽히는 개최국 태국과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까지 손쉽게 볼 수 있는 팀이 없다.
물론 그들 입장에서도 한국은 가장 버거운 경쟁 상대다. 예전과 같은 강력함은 다소 줄었으나 그래도 아시아에서 한국만큼 꾸준한 전력을 보이는 나라도 없다. 아니, 사실 올림픽 본선진출과 관련해서 한국은 ‘세계기록’ 보유국가다.
한국 남자축구는 1948년 런던 대회를 통해 처음 올림픽을 경험했다. 이어 1964년 도쿄 올림픽을 통해 두 번째 본선을 밟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열린 1988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8회 연속 빠짐없이 올림픽 무대를 누볐다.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은 세계 최초의 이정표였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올림픽 본선에 8회 연속으로 진출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7회 연속까지는 한국(1988~2012)과 이탈리아(1912-1948, 1984-2008)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고, 한국은 리우 대회까지 오르면서 한국이 우위를 점하게 됐다. 이제 도쿄올림픽까지 나서게 되면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연속출전 세계기록은 9회까지 연장될 수 있다.
물론 축구 강대국들이 득실거리는 유럽이나 남미 대륙이 아닌 아시아 대륙에 속해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기록이기는 하다. 그러나 아무리 아시아 대륙이라고 해도 이 정도로 꾸준한 결과는 쉽지 않다. 본선에서도 한국은 제법 성과를 냈다.
2004년 아테네 대회와 2016년 리우 대회는 8강까지 올랐고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2 런던 올림픽 때는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올렸다.
추격자들의 수준이 많이 올라왔으니 겸손한 자세로 임해야할 대회다. 그와 동시에, 아시아의 맹주는 한국이라는 자신감을 품고서 대회에 나설 필요가 있는 김학범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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