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은 7월 개막하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18세 ‘천재 소녀’ 안세영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랭킹 9위인 안세영은 올림픽 출전 포인트 랭킹에서는 7위에 올라 있다. 도쿄 올림픽에 나가려면 4월 말까지 세계랭킹 16위 안에 들어야 한다. 안세영이 현재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안세영은 지난해 세계 강호들을 연달아 꺾으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만 5차례 차지한 안세영은 지난해 1월 99위였던 세계랭킹을 11개월여 만에 90계단 끌어올렸다. 도쿄 올림픽까지 7개월가량 남은 현재 안세영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계속된다면 한국 셔틀콕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의 금메달 이후 24년 만에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메달을 노려볼 만하다.
안세영은 지난해 5월 중국에서 열린 수디르만컵 예선에서 2018년 줄곧 세계랭킹 1위를 지켰던 타이쯔잉(세계 2위·대만)을 꺾었다. 10월 덴마크오픈 16강에서 세계선수권 우승자 푸살라 신두(6위·인도)를, 같은 달 열린 프랑스오픈 결승에서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우승자 카롤리나 마린(10위·스페인)을 꺾었다. 프랑스오픈은 BWF투어 5개 등급(100·250·500·750·1000) 대회 중 두 번째로 높은 단계인 750 등급 대회로 올림픽 출전에 필요한 포인트가 많이 걸려 있어 세계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대부분 참가했다. 안세영은 역대 750 등급 대회 우승자 중 최연소다.
안세영의 강점은 뛰어난 운동 능력과 침착함을 바탕으로 한 물샐 틈 없는 수비다.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안세영은 남자 선수들과 함께하는 러닝훈련에서도 상위권을 놓치지 않을 만큼 ‘강철 체력’을 가졌다. 어린 나이지만 어떤 상황에도 쉽게 당황하지 않는 강심장을 지녔다. 대표팀 선배이자 10년 넘게 한국 여자 단식 ‘간판’으로 활약한 성지현(29·세계 12위)은 “(안)세영이는 수비가 좋고 실수가 적은 편이라 공격을 풀어가기가 까다롭다. 내가 먼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공격력을 강화하고 플레이에 기복을 줄이는 것은 숙제다. 안재창 대표팀 감독은 “공격적인 부분은 보완이 필요하다. 아직 승부처에서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한 방’은 부족하다. 또 경험이 적은 만큼 대회 때마다 기량이 들쑥날쑥하다. 꾸준히 대회 4강 안에 들어야 안정됐다고 보는데 쉬운 상대에게 잡혀 예선 탈락할 때가 종종 있다.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동안 경험을 쌓으면서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래 학생들은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안세영은 선수촌에서 라켓을 휘두르며 굵은 땀방울을 쏟고 있다. 친구들이 부러울 법하지만 안세영의 각오는 단단하다. “올림픽 메달은 내 인생의 목표다. 목표를 빨리 이루려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도쿄에서 시상대에 오를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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