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륙 쇼트트랙 계주 등 전관왕
밀착해 돌다가 엄청난 스피드로 거리손실 줄이며 추월하는 기술
체력 소모 많고 반칙 확률 높아 웬만한 선수들은 엄두도 못내
500m 등 4관왕 오른 황대헌은 ‘번개 스타트’로 단거리 최강 군림
화려한 부활이었다. 오른손에 3개, 왼손에 2개 모두 5개의 금메달을 들어 보인 ‘쇼트트랙 여제’ 최민정(22·성남시청)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최민정이 11일부터 13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5개 종목 우승을 휩쓸며 전관왕에 등극했다. 500m, 1000m, 1500m, 3000m 슈퍼파이널, 3000m 계주에서 모두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남자 에이스 황대헌(21·한국체대)은 금메달 4개를 목에 걸었다. 황대헌은 개인전 3종목과 계주(5000m) 석권에 3000m 슈퍼파이널에서만 7위를 했다. 유럽과 중국, 캐나다의 일부 간판급 선수들이 불참하긴 했지만 최민정과 황대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개인기’를 과시했다. 올해 신설된 이 대회는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비유럽 국가 선수들이 출전했다.
대학교 학업에 따른 훈련 부족 등으로 컨디션 회복에 어려움을 겪으며 올 시즌 부진을 겪었던 최민정은 학기를 마친 뒤 ‘아웃코스 추월의 도사’답게 전 종목에 걸쳐 막판 뒤집기의 진가를 오랜만에 발휘했다.
박세우 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현 전북도청)은 “최민정의 아웃코스 추월이 무서운 것은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이다. 아웃코스 추월은 체력 소모가 엄청 심하다. 일반 선수들은 한 바퀴 반 정도 아웃코스로 나가다가 추월을 못 하면 그냥 경기를 망치게 되는데 최민정은 다르다”고 치켜세웠다. 박 전 감독은 “최민정의 아웃코스 추월을 보면 그냥 멀리서 도는 게 아니라 상대 선수에게 밀착해 돈다. 거리 손실을 줄이면서 추월하는 것”이라며 “그만큼 ‘페널티’가 나올 확률이 높은, 일반 선수들에게는 힘든 고급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원조 ‘여제’ 전이경 전 싱가포르 대표팀 코치도 “여자 선수들이 정상 코스에서 한 바퀴 랩타임 최고 스피드가 8초6∼7 수준인데 이웃코스로 추월하려면 8초4∼5 정도가 나와야 한다. 이를 최민정은 이겨냈는데 지금 ‘톱클래스’ 선수들의 절대 스피드가 빨라진 만큼 최민정도 ‘전매특허’의 속도를 더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취약 종목인 남자 500m에서 세계 최강의 면모를 과시 중인 황대헌은 ‘번개 스타트’가 갈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 네 바퀴 반만 도는 최단거리 종목인 500m는 첫 반 바퀴 스타트에서 앞 순위를 차지하면 거의 최종 순위로 굳어진다. 그는 첫 반 바퀴 스타트 6초대 중후반 랩타임으로 지난 2년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황대헌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타트 때 앞으로 튀어나가는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 상체를 크게 키웠다. 한국 쇼트트랙의 레전드인 김기훈 울산대 교수는 “황대헌은 종목별로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기량을 끌어올린 것 같다. 굉장히 발달된 상체를 보면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새해를 힘차게 열어젖힌 최민정과 황대헌은 다음 달 7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리는 월드컵 5차 대회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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