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올림픽 꿈 접은 박소연, 오디션도 없이 여주인공에 발탁
“인생 올림픽선 멋진 금메달 딸것”
“평창 겨울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걸고 국위선양하겠다는 꿈은 좌절됐지만 ‘인생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멋지게 해내고 싶어요.”
한때 부상으로 신음했던 차가운 빙판이 이젠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환호의 무대가 됐다. 세계 최고 명성을 자랑하는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 48번째 작품 ‘악셀(Axel)’에서 주인공 레이 역을 맡은 박소연 씨(23·여) 얘기다. ‘악셀’은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음악가인 악셀과 레이의 사랑 이야기를 피겨스케이팅 연기와 서커스, 레이저쇼 등을 접목해 펼쳐 보이는 공연이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인 박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주연으로 북미 대륙 순회공연에 나서고 있다. 태양의 서커스에서 한국인 주인공은 그가 처음이다.
15일 미국 밀워키 공연을 마친 박 씨는 동아일보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지난번 디트로이트 공연 때 연습 도중 오른쪽 정강이가 찢어져 여섯 바늘을 꿰맨 상태다. 그래도 지난주에 실밥을 달고 공연을 다섯 번이나 했다”면서 “공연 때는 통증을 거의 못 느낀다. 그만큼 공연이 재미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또 “여전히 아껴 주시는 팬들이 많아 힘이 난다. 공연도 많이 보러 와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려한 조명을 한몸에 받게 될 때까지 아픔도 많았다. 2015년 한국 피겨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챔피언 출신인 박 씨는 지난해 5월 겨울 유니버시아드대회를 끝으로 피겨 무대를 떠났다. 부상이 문제였다. 박 씨는 2016년 겨울 훈련 도중 왼쪽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고 결국 그토록 고대하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도 탈락했다.
박 씨가 은퇴한다는 소식에 그의 안무를 맡았던 신디 스튜어트 코치는 ‘오쇼’ ‘쿠자’ 같은 공연으로 유명한 캐나다 엔터테인먼트 회사 ‘태양의 서커스’를 찾아가 보라고 추천했다. 이 회사에서 동양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아이스쇼를 준비하고 있는데 박 씨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얘기였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좋았다 ‘태양의 서커스’에서는 오디션도 없이 박 씨를 주인공으로 뽑았다. 박 씨는 석 달에 걸친 연습을 마치고 공연에 뛰어들었다.
운도 좋았다. ‘악셀’은 ‘태양의 서커스’에서 선보이는 두 번째 아이스쇼 작품이다. 그 전까지 이 회사는 총 47개 작품을 무대에 올렸는데 피겨 선수 출신이 필요한 아이스쇼는 ‘크리스털’ 한 작품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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