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의 라마 가든스 호텔 3082호는 조규성(안양), 오세훈(상주)이 지내는 해결사들의 방이다. 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후일을 도모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9일 오후 7시15분(한국시간) 태국 랑싯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8강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이동경(울산)의 극적인 프리킥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전반 16분 조규성(안양)의 선제골이 터질 때만 해도 순조로웠다. 12일 이란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골맛을 본 조규성이 다시 한 번 김 감독을 웃게 한 순간이다.
그러나 후반 30분 동점골을 허용하며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조규성은 전반 40분에 놓친 득점 기회가 떠올랐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지만 회심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조규성은 “그 슈팅이 들어갔다면 모두가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너무 아쉽다”며 “감독님과 동료들에게 미안한 생각뿐이었다. 이후 더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마음이 불편한 건 룸메이트 오세훈(상주)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26분 교체 투입되고, 4분 만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전방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빈틈을 엿봤지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오세훈은 15일 난적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조별리그 3전 전승을 이끌었다.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둘은 대회 직전 말레이시아 전지훈련부터 계속 룸메이트다.
김학범호가 이번 대회에서 넣은 7골 중 4골이 3082호에서 나왔다. 사이좋게 2골씩 넣었다. 치열한 포지션 경쟁이 시너지를 발휘한 셈이다.
그러나 요르단에 패했다면 도쿄올림픽 본선 좌절이라는 우울한 성적표와 함께 3082호에 있는 짐을 모두 챙겼을 것이다.
이동경의 결승골이 더 반가운 이유다. 조규성은 “진짜 행복했다. 그냥 동경이 앞에 가서 엎어져 고맙다고 했다”며 웃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조규성과 오세훈은 진한 포옹을 나누며 “정말 다행이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조규성과 오세훈은 22일 호주와의 준결승, 이후 경기에서도 계속 공격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조규성은 “(오)세훈이나 나나 들어간 경기에서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경기에서 둘 중 누가 들어가도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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