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30) 이후 두 번째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한국인 메달리스트가 된 유영(16·과천중)은 롤모델인 김연아처럼 한국을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유영은 8일 양천구 목동 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열린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9.94, 예술점수(PCS) 69.74로 149.68점을 기록했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73.55점을 획득한 유영은 합계 223.23점으로 2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가 4대륙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메달을 획득한 것은 2009년 밴쿠버 대회 김연아의 금메달 이후 11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지난달 2020 로잔 동계유스올림픽에서 한국 선수 최초 금메달을 거머쥔 유영은 한국 피겨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유영은 “한국에서 열렸는데 11년 만의 은메달을 딸 수 있어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승부처는 세 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이었다. 21명 중 20번째로 링크에 선 유영은 첫 과제에 넣은 트리플 악셀을 완벽하게 뛰어 수행점수(GOE) 2.67점을 챙겼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는 착지 불안으로 GOE 1.60점을 잃었지만 이날은 군더더기 없는 점프를 선보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흔들렸던 트리플 악셀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유영은 이후 과제들을 큰 무리없이 소화했다.
유영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GOE 1.87점을, 트리플 루프에서 GOE 1.47점을 획득했다. 또 다른 고난이도 과제인 트리플 러츠-싱글 오일러-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 또한 군더더기 없었다.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깨끗하게 뛰었다.
유영은 “트리플 악셀을 깔끔하게 성공해 후회가 없다. 나머지 점프도 큰 실수없이 마무리했다. 대회가 한국에서 열려 더욱 뜻깊었다. 부담이 많이 됐지만 잘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받았으니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은 국내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실전에서 트리플 악셀을 구사한다. 남들을 압도할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유영은 “어릴 때부터 트리플 악셀을 계속 시도했다. 예전에는 부상도 많았고 대회 출전으로 연습 시간이 부족했는데 작년 비시즌 때 열심히 연습해서 지금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유영은 “트리플 악셀은 아직 내가 생각하기엔 너무 부족하다. 예전에 성공률이 50%라고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성공했으니 이제는 55%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연아 언니가 인형을 줬는데 (원래) 누가 주는지 몰랐다. (김연아를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마음속으로 좋아서 펄쩍펄쩍 뛰었다”는 유영은 “한국 대회에서 은메달을 땄는데 연아 언니가 인형도 줘 큰 추억이 될 것이다. ‘축하해요’라고 해주셨는데 짧은 말 속에서도 진심이 느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수많은 ‘연아 키즈’ 중 김연아의 행보에 가장 근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영은 자신도 김연아처럼 누군가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길 원했다.
“연아 언니는 대한민국을 빛낸 선수다. 연아 언니를 보면서 시작했으니 나도 대한민국을 이끌고,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는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큰 국제대회에 목말랐던 팬들은 한국 선수들 몸짓 하나하나에 환호와 함성을 쏟아냈다.
유영은 “해외에 있을 때는 스핀을 해도 박수 소리가 크지 않다. (이번에는) 한국 선수가 하나하나 성공할 때마다 박수를 쳐주시니 큰 힘이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시즌의 막바지를 향해가는 시점에서 은메달이라는 큰 선물을 받은 유영은 다음 달 캐나다 몬트리올 세계선수권에 출격한다. 시니어가 된 뒤 처음으로 나서는 세계선수권이다. 4대륙 대회와 달리 유럽의 강호들도 대거 출전해 국제대회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유영은 “메달은 바라지 않는다. 클린 프로그램으로 시즌을 끝냈으면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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