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대행은 애매한 자리다. 역할은 감독이지만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감독만큼 말발도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적에 대한 책임이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꼬리표 달린 대행의 한계다.
감독 대행은 대개 시즌 중 감독이 자진 사퇴 또는 경질될 때 생기는 자리다. 그런데 올 시즌 K리그엔 출발부터 그 역할이 생겼다. 대구FC 이병근 수석코치(47)가 감독 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안드레 감독이 재계약 불발로 팀을 떠나면서 갑자기 중책을 맡았다.
남해에서 전지훈련 중인 이 대행은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구단에서 누군가는 이끌어 가야한다면서 내게 부탁을 했다. 부담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담담하게 받아들인 채 시즌을 준비 중이다. 특히 조광래 사장의 도움이 크다고 했다. 이 대행이 곱씹는 조 사장의 조언은 ‘지적’과 ‘지시’의 차이다. 이 대행은 “사장님께서 지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사령탑이 자꾸 지적만 하면 선수들의 창의성과 자신감이 떨어진다면서 지적은 코치가 하고, 감독은 선수단 전체가 움직일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가야 한다고 주문 하신다”고 덧붙였다.
감독 대행은 갈림길에 놓인 처지다. 일회성 소모품이 될지, 감독으로 승격할 지는 하기 나름이다. 안드레 감독도 대행으로 시작했다. 2017년 5월 대행으로 시작해 이후 꼬리표를 떼고 2년 동안 대구를 이끌었다. 이 대행도 2018년 수원 삼성에서 대행을 경험한 바 있다.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대구 수석코치로 합류한 이 대행은 지도자 최상위 자격증인 P급 라이센스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더 많이 노력하고 겸손하게 준비 하겠다”면서 “결국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성적이 좋아야 평가도 따르게 된다. 좋은 성적을 위해 선수단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강조했다.
비 시즌 동안 선수보강은 잘 됐다고 했다. 그는 “다른 해보다 알찼다. 작년에 부족했거나 또 빠져나간 포지션에 보강이 잘 이뤄졌다”며 만족해했다. 중앙 수비수 김재우와 측면 자원 황태현 등 젊은 피 영입은 큰 수확이다. 또 특급 해결사 데얀의 영입도 성과다. 이 대행은 “작년엔 문전 근처에서 마무리 능력이 부족했는데, 올해 데얀이 그걸 채워줄 것”이라며 강한 믿음을 보였다. 대구는 데얀의 쓰임새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구상 중인데, 에드가와의 투 톱도 고려 중이라고 이 대행은 귀띔했다.
대구의 고민 중의 하나는 팀을 떠난 골키퍼 조현우의 공백이다. 대구에서 워낙 인상적인 활약을 해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이 대행은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밖에서 데려오기보다는 팀 내에서 성장시키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면서 “최영은과 이준희 등 젊은 골키퍼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최영은은 2018년 아시안게임에 차출된 조현우의 공백을 메우며 기량을 인정받은 바 있다.
감독 대행도 어쨌든 시즌을 책임진 사령탑이다. 자신의 색깔도 있어야하고, 목표도 세워야한다. 이 대행은 “지난해 대구가 잘 했기 때문에 내 색깔을 내세우기보다는 우리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면서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은 도전이다. 그리고 팀으로선 도약의 시즌이다. 지난해 5위보다 더 위로 올라가 ACL 출전권을 따내는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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