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테니스협회 후원사 갈등…과거 사례는?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14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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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24·한국체대·139위)이 후원사에 대한 대한테니스협회와의 입장 차로 인해 국가 대항전인 데이비스컵 출전이 불발된 것이 ‘뜨거운 감자’다.

협회와 협회 후원사인 아디다스의 후원 계약서에는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선수들은 후원사의 의류와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무조건적인 강요는 아니다.

계약서에는 “의료적인 사유로 인해 (협회 후원사)경기화를 착용하지 못할 경우 아디다스와 협의 후 타 제품의 상표를 전부 가리는 것을 조건으로 착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덧붙여져있다.

또 세계랭킹 50위 이내의 선수는 협회 후원사 경기복과 경기화 착용 의무가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의류는 라코스테, 신발은 나이키와 개인 후원 계약을 맺은 정현은 현재 세계랭킹이 139위에 불과해 예외 조항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잦은 발 부상 탓에 나이키로부터 맞춤 신발을 제공받는 정현은 상표를 가리면 자신이 신던 신발을 신을 수 있지만, 상표를 가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유니폼도 아디다스를 입는 대신 라코스테 제품으로 색깔만 맞추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랭킹 50위 밖인 정현에 특혜를 줄 수 없는 협회는 결국 정현을 데이비스컵 명단에서 제외했다.

연맹 등과 선수가 후원사 문제를 놓고 잡음을 일으킨 것은 정현의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800m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미국 육상 중거리의 1인자로 활약하던 닉 시몬즈는 개인 후원사 문제로 갈등을 겪어 2015년 중국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이 불발됐다.

시몬즈는 전미육상선수권대회를 통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얻었으나 미국육상연맹 측이 제시한 ‘국가대표 활용 동의서’에 사인하기를 거부했다.

이 동의서에는 ‘미국 트랙·필드 대표 선수들이 중국 베이징세계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경기, 시상식, 기자회견 등 행사에서 (대표팀 후원사인)나이키가 제공한 옷을 입어야한다’는 규정이 적혀있었다.

스파이크 등 경기 장비는 개인 후원사 제품을 사용해도 됐지만, 당시 브룩스러닝사와 개인 후원 계약을 맺은 시몬즈는 나이키 제품을 입는 것에 반발하며 동의서에 사인하지 않았다. 미국 대표팀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것도 무산됐다.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2010년부터 언더아머로부터 수영복 등을 후원받았으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직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표지에는 나이키 트레이닝복을 입은 펠프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미국 올림픽 대표팀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나이키와 후원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시상식이나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표팀 선수들은 나이키 제품을 착용해야 했는데, 2016년 리우올림픽 후 SI가 표지로 선택한 것이 펠프스의 시상식 사진이었다.

국내에서는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의류와 라켓, 신발 등 모든 용품을 협회 후원사 제품으로만 쓰도록 해 선수들이 불만을 품기도 했다.

선수들이 자신의 특징에 따라 선호하는 제품이 다른데 이런 자유를 막아놓는 바람에 불만의 빌미를 제공했다. 개별 계약을 통해 선수 개개인이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도 힘든 구조다. 배드민턴 간판 스타 이용대가 2016년 리우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수들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갈등이 불거진 적도 있었다.

IOC는 올림픽 공식 스폰서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올림픽 기간 중 선수들의 광고 활동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장비는 개인 후원사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했지만, 상표의 크기에 제한을 뒀다. 이를 어길 경우 메달 박탈, 출전자격 정지 등의 중징계를 줬다.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이 문제 때문에 진땀을 뺐다. 당초 IOC 측에서 박태환의 수영모에 새겨진 개인 후원사 스피도의 상표 크기가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 이후 재측정을 통해 IOC의 허락을 받으면서 박태환은 자신이 쓰던 수영모를 쓸 수 있게 됐다.

IOC의 엄격한 규정에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에는 선수들이 반발하는 일도 있었다.

선수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IOC는 해당 규정을 조금씩 완화했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개인 후원사 광고를 허용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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