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작은 변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2020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바꾼 이들의 마음에는 저마다의 굳은 다짐이 새겨져있다.
유독 낯선 등번호의 주인들이 많다.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SK 와이번스의 이야기다. 개개인의 변화 의지가 확고하다. 2019시즌을 치르며 수비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유격수 김성현은 등번호를 6번에서 16번으로 교체했다. “뭐든 바꿔보고 싶었다”는 그에게는 새 출발의 의미다.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중한 그는 부쩍 단단해진 몸으로 캠프를 소화 중이다.
고종욱은 히어로즈 시절 달았던 53번을 되찾았다. 익숙한 번호지만, 마음가짐은 사뭇 달라졌다. “예전에는 시키는 대로 따라갔다면 이제는 내가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 절실함이 무엇인지도 안다”고 털어놓은 그는 “야구를 할 수 있는 마지막 날까지 후회 없이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팀 내 최고 타율(0.323)을 작성한 고종욱은 “작년 스프링캠프보다 생활은 더 편해졌지만, 연습량은 훨씬 많아졌다”며 “수비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 캠프에서 정수성 코치님을 괴롭히고 있다”고 했다.
포수 이현석은 가장 존경하는 선배인 SK 박경완 수석 코치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그는 “박 수석 코치님은 내 우상이자 롤 모델”이라며 “항상 26번을 달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영구결번이 된 SK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 단계를 낮춰 25번을 달게 됐다”고 설명했다. 캐칭을 할 때 공을 끝까지 보는 등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그는 시야도 자못 넓어졌다. “NC 다이노스 양의지 형을 비롯해 25번을 달고 뛰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스스로를 독려한 그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새 시즌이 정말 기대된다”고 웃었다.
사이드 투수 김주한은 2020시즌을 마지막 기회로 여긴다. 변화구 연마에 힘쓴 그는 비시즌 내내 문학에서 살다시피 지냈다. 스프링캠프에서 그를 다시 만난 최상덕 투수 코치도 깜짝 놀랐다. 최 코치는 “호주 마무리캠프에 가서 익힌 것을 잊지 않고 그대로 이어 왔다. 이번 캠프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선수”라며 흐뭇해했다.
“절실한 사람이 먼저 찾아야 한다”는 김주한은 삼세번의 뜻을 담은 3번을 새 시즌 등번호로 골랐다. “주로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다는 번호다. 용기를 냈다”고 밝힌 그는 “이제 뒤가 없다고 생각한다. 삼세번 중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달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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