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우승 노리는 박세리 대표팀 감독
선수들과 소통도 중요하지만 저마다 훈련방법-경험 다르기에
대회 중엔 경기 얘기 절대 안해
1929년 개장 도쿄 골프경기장, 그린 까다로워 쇼트게임 관건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석권하면서 스포츠 팬들에게 강제 소환된 이름이 있다. 1998년 맨발 투혼 끝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오픈 정상에 선 박세리 여자골프 국가대표팀 감독(43)이다. 봉 감독과 박 감독은 세계의 높은 벽을 넘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바즈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만난 박 감독은 “안 그래도 주변에서 시상식을 보며 US오픈을 떠올렸다는 이야기들을 들었다”며 웃고는 “스포츠, 케이팝처럼 영화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날이 오리라 기대했다. 대한민국에 많은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기생충의 한 시사회 뒤풀이에서 봉 감독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는 그는 “공감대가 있으면서도 각자 영화를 다르게 이해하는 게 재밌었다”는 감상도 전했다.
22년 전 전 세계에 한국 골프를 알렸던 그는 다시 새로운 도전 앞에 선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 이어 다시 한번 도쿄에서 여자골프 대표팀을 이끌고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날 박 감독은 ‘혹시’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1시간여의 인터뷰 동안 10번 가까이 썼다. 박 감독은 “선수와의 소통도 물론 중요하지만 골프 선수들에겐 저마다의 훈련 방법과 경험이 있다. 대회가 시작하면 경기에 대해 일절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다. 내 말 한마디에 선수가 혹시 혼란스러워하거나 부담감을 갖진 않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 대신 매니저 역할을 자처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의 루틴을 존중하면서 음식, 잠자리까지 컨디션 조절을 위한 최상의 조건을 만들겠다”고 했다. 4년 전 리우 대회 때도 박 감독은 인근 한식당에서 삼겹살, 김치찌개 식사를 공수하며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각별한 그의 배려에 ‘엄마 리더십’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의 올림픽 출전 가능성도 박 감독에게는 신경 써야 하는 요소다. 박 감독은 “실력, 멘털 등 모든 걸 다 갖춘 우즈를 나도 올림픽에서 보고 싶다”면서도 “그를 보러 갤러리가 몰리면 혹시 골프장 상태에 영향을 주진 않을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남자 골프(7월 30일∼8월 2일)가 먼저 열리고, 여자 골프는 8월 5∼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대표팀은 대회 7∼10일 전 소집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에는 골프장 사전답사를 다녀왔다. 대회를 앞두고 골프장을 새로 조성한 리우와 달리 도쿄에서는 1929년 개장한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경기가 열린다. 박 감독은 “관리는 워낙 잘돼 있다. 다만 그린이 까다롭다. 쇼트게임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최국 일본 선수들도 경계했다. “20대 초반 어린 선수들의 힘과 스피드가 굉장하다. 이전 일본 선수들에게선 볼 수 없던 플레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세계랭킹 4위 하타오카 나사(21) 등이 주요 선수다.
‘박세리호’에 합류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월 29일까지 세계랭킹 15위이자 국내 선수 중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 3위 박성현(27)이 그나마 앞서 있다. 박 감독은 “누가 와도 어깨 위 짐을 나눠 지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해 스포츠 마케팅 기업인 바즈인터내셔널을 설립하며 사업가로도 변신했다. 취약계층의 유소년 선수를 지원하고 그들을 위한 대회를 여는 게 목표다. “성공한 세리키즈도 있지만 도중에 꿈을 포기한 이들도 많다. 유망주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후배들 덕분에 제가 또 다른 꿈을 꾸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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