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일줄 모르던 리버풀, 힘없이 ‘풀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일 03시 00분


강등권 왓퍼드에 0-3 완패 굴욕
무패 우승-연승 신기록 날아가… 클로프 감독은 “부담 떨쳤다”
16년 전 무패 우승 아스널 “휴~”… 팬들은 “2골 사르 동상 세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왓퍼드의 공격수 이스마일라 사르(왼쪽 사진 가운데)가 1일 리그 최강 리버풀을 상대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르는 이날 2골 1도움으로 맹활약해 리버풀의 무패 행진을 멈춰 세웠다. 오른쪽 사진은 경기 후 허탈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나는 리버풀 공격수 무함마드 살라흐. 사진 출처 왓퍼드 트위터·왓퍼드=AP 뉴시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왓퍼드의 공격수 이스마일라 사르(왼쪽 사진 가운데)가 1일 리그 최강 리버풀을 상대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르는 이날 2골 1도움으로 맹활약해 리버풀의 무패 행진을 멈춰 세웠다. 오른쪽 사진은 경기 후 허탈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나는 리버풀 공격수 무함마드 살라흐. 사진 출처 왓퍼드 트위터·왓퍼드=AP 뉴시스
“휴…(Phew…).”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은 1일 트위터를 통해 안도의 한숨을 표현했다. 2003∼2004시즌 자신들이 달성한 EPL 최초의 무패 우승(26승 12무)에 도전했던 리버풀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직후였다. 아스널은 리버풀의 트위터에 ‘박수 이모티콘’과 함께 “어마어마했었던 리버풀의 무패 행진에 축하를 보낸다”는 글을 남기며 속을 긁기도 했다.

무패 우승에 도전했던 리버풀이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리버풀은 1일 영국 왓퍼드의 비커리지로드 경기장에서 열린 왓퍼드와의 2019∼2020시즌 28라운드 방문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이번 시즌 EPL에서 36골을 합작 중인 ‘마누라’(사디오 마네-호베르투 피르미누-무함마드 살라흐)를 내세운 리버풀은 70.7%의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상대를 공략했지만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리버풀이 EPL에서 무득점에 그친 것은 지난해 3월 4일 에버턴전(0-0) 이후 처음이다.

반면 이날 경기 전까지 강등권(18∼20위)인 19위였던 왓퍼드는 2골 1도움을 기록한 22세 세네갈 공격수 이스마일라 사르의 활약을 앞세워 후반에만 3골을 뽑아냈다. 경기 전 세네갈 대표팀 동료이자 세계적 공격수인 마네(28·리버풀)를 두고 “마네는 나의 아이돌이다”라고 말했던 사르는 마네가 보는 앞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 사르는 “이겼지만 아쉬운 면도 있다. 내가 해트트릭을 작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무패 우승 타이틀을 지키게 된 아스널의 팬들은 “사르를 아스널 올해의 선수 후보에 포함시키고 동상도 세워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승점 27이 된 왓퍼드는 17위가 돼 일단 강등권에서 벗어났다.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 강등권 팀이 선두를 상대로 3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둔 건 1985년 11월 레스터시티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0으로 이긴 이후 처음이다.

승점 79(26승 1무 1패)를 유지한 1위 리버풀은 리그 10경기를 남겨두고 2위 맨체스터시티(맨시티·승점 57)에 승점이 22점 앞서 있다. 4승만 추가해도 자력 우승을 확정하는 상황이지만 왓퍼드에 덜미를 잡히면서 무패 우승이 좌절된 것을 비롯해 여러 가지 기록 도전이 중단됐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오던 EPL 무패 행진은 44경기(39승 5무)에서 멈췄다. 이는 아스널이 보유한 최다 무패 기록(49경기)에 이어 EPL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영국 공영 BBC에 따르면 유럽 주요 리그(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역대 최다 무패 기록을 세운 팀은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 밀란(58경기·1991∼1993년)이었다. 또한 전날까지 맨시티와 단일 시즌 최다 연승 기록(18연승)을 보유 중이었던 리버풀은 이 부문 단독 1위 등극에 실패했다.

경기 후 위르겐 클로프 리버풀 감독은 “기록은 깨고 싶다고 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패배를 기다린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패배 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클로프 감독은 “이제는 기록 작성을 의식하며 경기하지 않고 자유롭게 승리를 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프리미어리그#리버풀#왓퍼드#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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