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 사람의 꿈에도 제동을 걸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심판에 도전하는 김재영(41) 심판 얘기다.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활약 중인 김재영 심판은 최근 스프링캠프 합류를 보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미국에서 세 번째 시즌 시작을 앞두고 받은 충격적인 통보였다.
김재영 심판은 8일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메이저리그 관련 모든 시설에 한국인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는 것 같더라”며 “일단 한국에 남아 합류해도 좋다는 연락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분류한 코로나19 고위험국가(중국, 이란, 이탈리아, 한국 등)를 방문한 이들의 메이저리그 시설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한국에 머물고 있던 김재영 심판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에서 아마추어 심판으로 활동했던 김재영 심판. 2016년 마이너리그 심판 아카데미에 등록해 교육을 받은 뒤 2018년 처음으로 미국 무대에서 판관 역할을 했다. 첫해 싱글A 쇼트 시즌을 거쳐 지난해 싱글A 풀 시즌, 그리고 올해는 싱글A의 가장 높은 레벨인 어드밴스에서 뛸 예정이었다.
메이저리그 심판까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꿈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하던 김재영 심판이다. 올 시즌을 잘 넘기면 내년에는 더블A로 승격할 수 있고, 몇 년 더 고생하면 트리플A를 거쳐 최종 목표인 메이저리그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김재영 심판은 “어느 순간 또 한 단계 올라가 있더라”며 “운도 좋았다. 메이저리그 심판 5명이 은퇴하면서 트리플A 심판 5명이 메이저리그로 승격했고, 그 아래 레벨 심판들도 한 단계씩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싱글A까지는 2심제라 많이 힘든데, 더블A는 3심제다. 이틀에 한 번 주심을 보다 사흘에 한 번 보니 많이 편해질 것”이라며 다음 단계를 바라본 후 “항상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을 갖고 미국으로 떠났는데, 이번엔 좀 아쉽게 됐다”고 덧붙였다.
생각지도 못한 감염병이 김재영 심판의 앞을 가로막았다. 꿈을 향한 도전에 최대 위기가 등장한 셈.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김재영 심판은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심판에게도 실전 감각이 중요하다. 심판들이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는 이유다. 캠프 참가가 불발된 김재영 심판으로선 시즌 중 합류를 위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 이에 두산 베어스 출신 이경환 대표가 운영하는 아카데미 플레이어팩토리에서 고교 선수들의 훈련 피칭을 판정하며 실전 감각을 유지 중이다.
김재영 심판은 “심판들도 계속해서 투구를 지켜봐야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며 “걱정이 많았는데 이경환 대표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몸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곧바로 실전에 투입돼도 문제가 없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꿈을 향한 도전이 잠시 멈춰섰다. 그러나 김재영 심판은 “언제나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며 묵묵히 때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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