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경기 리그 인터밀란전, 가상의 팬 향한 쇼맨십 눈길
2015년 ML서도 비슷한 장면
무관중 경기로 팬들이 찾지 않은 이탈리아 토리노의 알리안츠 스타디움에 들어서며 허공에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2억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한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유벤투스)를 태운 버스가 9일 이탈리아 토리노의 알리안츠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가는 길에는 안방 팀 유벤투스의 엠블럼이 새겨진 펜스가 늘어서 있다. 평소라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모인 팬들과 팀 마스코트로 북적대는 곳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날은 ‘무관중 경기’였다. 안방 평균관중이 3만9193명(2018∼2019시즌 기준·세리에A 3위)에 달하는 유벤투스가 라이벌 인터 밀란과 관중 없이 치른 이날 경기를 영국 BBC는 “비현실적 매치”라고 표현했다.
선수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적막한 통로를 걸었다. 그때 꽁지머리의 호날두가 별난 행동을 했다. 왼팔을 뻗으며 허공에 하이파이브를 한 것. 평소라면 팬들로 가득했을 펜스 너머를 보며 손을 앞뒤로 흔든 그는 씩 웃으며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호날두의 특이한 행동은 그라운드에서도 이어졌다. 경기 전 몸을 풀다가 돌연 관중석을 바라보며 마치 자신을 향한 응원에 답하듯 두 팔을 올려 박수를 쳤다. “팬들이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선수로서 책임감은 평소와 같다”고 했던 그는 ‘가상의 팬’을 향한 쇼맨십을 선보였다.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호날두는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유벤투스는 에런 램지(후반 10분)와 파울로 디발라(후반 22분)의 골을 앞세워 2-0으로 이기고 리그 선두가 됐다. 호날두는 9개의 슈팅을 시도했으나 득점에 실패했다.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은퇴) 등과 세리에A 연속골(11경기) 동률이었지만 신기록은 세우지 못했다.
과거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허공 하이파이브’와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2015년 4월 30일 볼티모어의 안방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는 MLB 사상 첫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다. 25세 흑인 프레디 그레이가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척추 손상으로 사망하면서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시위로 도시 전체가 비상사태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당시 볼티모어의 포수 케일럽 조지프는 평소처럼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시늉을 하고, 텅 빈 관중석에 인사도 했다. 볼티모어 1루수 크리스 데이비스는 이닝 교체 때 공을 관중석에 던져 눈길을 끌었다.
한편 해외 언론이 호평한 이날 호날두의 쇼맨십은 ‘노쇼 파문’을 겪은 국내 팬들에게는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7월 호날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팀 K리그의 친선 경기에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을 끝까지 외면하고 벤치를 지켰다. 누리꾼들은 “한국에서는 있는 관중도 없는 척하더니, 이탈리아에서는 없는 관중도 있는 척하네” 등의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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