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PK 골’ 75세 할아버지 축구선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1일 03시 00분


이집트 3부리그 데뷔 바흐데르… 90분만 더 뛰면 ‘기네스 최고령’
몸 만들다 무릎 다쳤지만 투혼

“내가 공식 경기에서 골을 넣었어요! 평생 기다려 왔던 순간입니다!”

4명의 자녀와 6명의 손주를 둔 할아버지 축구 선수는 아이처럼 활짝 웃었다. 7일 이집트 프로축구 3부 리그 경기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75세 에즈 엘딘 바흐데르(사진)다. 영국 BBC는 10일 “이집트 3부 리그 팀인 식스스 옥토버의 바흐데르가 라이벌 지니어스와의 경기(1-1 무승부)에서 풀타임(90분)을 뛰며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켰다. 이제 바흐데르는 ‘역대 최고령 프로축구 선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를 꿈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역대 최고령 프로축구 선수는 지난해 4월 73세 95일의 나이로 이스라엘 하부 리그 경기에 출전한 이사크 하이크(이스라엘)다. BBC에 따르면 바흐데르가 이 부문 기록을 경신해 기네스북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체 규정에 따라 풀타임으로 2경기를 뛰어야 한다. 바흐데르의 다음 경기는 21일로 예정돼 있다.

바흐데르는 여섯 살 때부터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거리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즐겼다. 성인이 돼 토목공학 컨설턴트, 토지 경작 전문가 등으로 일하면서도 그는 틈틈이 아마추어 축구팀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가슴 한편에 프로 선수의 꿈을 간직해 왔던 바흐데르는 1월 카이로를 연고로 하는 식스스 옥토버에 입단하면서 정식 선수로 이집트축구협회에 등록됐다. 식스스 옥토버 관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집트 사람이, 그리고 우리 구단 선수가 기네스북에 이름을 남긴다면 값진 일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흐데르는 젊은 팀 동료들과 함께 체육관에서 근력 운동 등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서는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보충 운동을 한다. 최근 무릎을 다치기도 했던 바흐데르는 데뷔전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경기 후 팀 동료, 상대 팀 선수들과 한데 어우러져 기념 촬영을 한 바흐데르는 “부상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풀타임을 뛰고 싶었다. 이제 다음 경기를 위해 철저히 몸 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집트 3부리그#바흐데르#최고령 축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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