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말까지만 해도 김학범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U-23 축구대표팀은 1월26일 태국에서 펼쳐진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1-0으로 승리,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4년 창설돼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AFC U-23 챔피언십에서 한국이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학범호는 4강을 통과하면서 미리 확보해뒀던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을 포함,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쾌거를 올렸다.
내심 부담이 컸던 올림픽 예선을 우승이라는 최상의 결과로 통과하면서 김학범호는 순풍에 돛을 달고 도쿄까지 내달릴 배경을 만들었다.
김학범 감독은 “어차피 목표는 잡아야 하고 기록은 깨라고 있는 것이다.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업적을 꼭 넘어서고 싶다”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다.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으로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는 당당한 각오를 피력했다.
그때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꼬일 것이라 짐작도 못했다. 이러다말겠지 싶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상황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김학범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애초 대표팀은 3월말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코트디부아르와 국내에서 평가전을 가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두 나라가 아시아 원정을 거부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제3국에서의 평가전을 위해 끝까지 노력했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김학범 감독으로서는 큰 손해다. 애초 U-23 대표팀은 3월과 6월 두 차례 소집훈련 및 평가전을 통해 도쿄올림픽을 대비한다는 스케줄을 짜고 있었다. 일단 3월 평가전을 통해 옥석을 가려 최종 엔트리 구성을 위한 윤곽을 짜야하는데 그 계획이 완전히 어그러졌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김학범 감독님도 많이 괴로워하신다.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더 답답하다”고 안타까운 분위기를 전했다.
평가전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훈련이라도 실시하고 싶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다. K리그가 사상 초유의 개막 연기까지 선언한 상황에서 올림픽 대표팀 훈련을 위해 각 구단 선수들을 차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특별한 소집계획이 없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짐작하기도 어렵다는 게 더 큰 고민이다.
3월 일정이 백지화되면서 이제 김학범 감독에게 주어진 소집훈련 및 평가전 기회는 6월뿐이다. 올림픽 본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 그 이전 각 구단들의 특별한 배려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K리그 역시 언제 시작될 것인지 모르는 마당이다. 클럽들도 급한 것은 매한가지다.
워낙 꼼꼼하게 고민하고 공부하고 준비하는 김학범 감독이지만 이런 변수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손을 놓고 있어야한다는 게 가장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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