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2019 한국시리즈 준우승 배경에는 여러 강한 전력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불펜이었다.
키움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벌떼 불펜’을 통해 상대 타자들을 상대했다. 필승조와 추격조의 구분이 없는 ‘양치기’로 타자들이 투수 공에 적응도 하기 전에 승부를 봤다.
지난해의 ‘강함’을 키움은 올해도 그대로 가져간다. 2020 대만 스프링캠프에서도 2019 투수 전력을 거의 그대로 가지고 훈련을 마쳤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환한 안우진의 몸 상태가 불확실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불펜 전력은 10개 구단 중 가장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스프링캠프를 마친 현 시점에서도 키움의 필승조는 명확하지 않다. 팀 승리를 지킬 수 있는 상황에서는 누구든 등판할 수 있는 컨디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프로팀과의 연습경기를 가진 2차 캠프에서는 김동준, 신재영, 이영준, 임규빈, 윤영삼, 김성민, 양현, 김상수가 각각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많은 경기를 나가지 않고 2~3이닝 정도만 소화한 기록이지만, 시즌 전임을 고려할 때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은 확실히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
올해 키움 선수들의 자체 내부 슬로건은 “강한 것을 더 강하게”다. 이는 손혁 신임감독(47)이 부임 이후 누차 강조하는 말이다.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였던 불펜은 이 슬로건이 적용되기 가장 후보군이다.
좋은 컨디션, 넘치는 자원에 만족 할만도 하지만 손 감독은 이번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방심을 가장 크게 경계했다. 불펜 전력과 관련해서는 “강함보다는 탄탄함이 있는 전력”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손 감독은 왜 타 팀이 모두 부러워하는 키움의 현재 불펜에 ‘강함’이라는 표현을 경계했을까. 여기에는 실전에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힘’의 차이가 있었다.
손 감독은 “우리 불펜에 좋은 자원이 많지만,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로 타자들을 윽박지를 수 있는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좌·우 자원이 고르게 있고, 또 그 투수들이 좌·우타자를 크게 가리지 않는다. 강함보다는 탄탄함에 가깝다고 설명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실제 키움 불펜에서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마무리 후보 조상우 밖에 없다. 가장 마지막 투수인 조상우까지 가기 위해서는 셋업맨을 비롯해 여러 불펜투수의 역할이 필요한데, 손 감독은 이 부분을 스프링캠프에서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좌완 이영준을 키 플레이어로 꼽은 이유 역시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이영준은 140㎞ 후반까지 구속을 낼 수 있는데, 이번 캠프에서도 벌써 145㎞를 찍었다. 여기에 자연적으로 꺾이는 커터가 위력을 배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정규시즌은 144경기의 장기 레이스다. 이 속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팀들의 공통분모는 항상 든든한 불펜이었다. 탄탄함으로 출발하는 키움 불펜은 강한 모습까지 갖춰 대망의 V1을 달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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