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뒤숭숭하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지구촌의 상당수 스포츠 시계가 멈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다.
K리그도 2020 시즌 정규리그 개막을 무기한 연기했다. 언제 재개될지 모른다. 다만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들은 4월 4일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예정(2월 29일)보다 한 달 이상 일정이 미뤄진 시점이다.
K리그 구성원들이 ‘4월 초 개막’을 바라는 배경은 간단하다. 최대한 정상적인 시즌 운영을 위함이다. K리그1은 상(1~6위)·하위(7~12위) 그룹을 구분해 치르는 파이널 라운드를 포함해 팀당 38경기씩 치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 경우, 각 구단들은 안방에서 최소 19경기를 보장받는다.
일각에서는 ‘맥 빠진다’ 따위의 이유로 파이널 라운드 대신, 시즌 말미 순위결정 플레이오프(PO)나 챔피언결정전 등 일종의 토너먼트 무대 재도입을 거론하지만 당분간 현재 패턴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그간의 K리그는 너무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앞서 언급된 챔피언결정전과 PO도 치러봤다. 4강과 6강 등 방식도 다양했다. 하지만 지금 패턴이 이뤄진지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2012년 처음 도입된 시스템이다. 그 후 팀 숫자는 조금씩 바뀌었어도 큰 틀은 유지됐다. 최소 10년은 진득하게 지켜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이렇게 시스템 정착을 통해 위상을 지키고, 파행을 막으려는 K리그에게 ‘38라운드 유지’는 현실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중계권과 스폰서, 입장권 등 생존에 필요한 수익과 직결된다. 아울러 궂은 날이나 좋은 날이나 꾸준한 성원을 보낸 팬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그래서 프로연맹과 구단들이 ‘4월 초 개막’을 전제로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이 있다. A매치 휴식기 포기다. 대표팀이 소집되더라도 필요하다면 계속 리그를 치르는 방향으로 가닥을 모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부 희생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핵심 선수들이 대표팀에 차출되면 전력 약화가 불 보듯 뻔하다. 이에 프로연맹은 리그가 시작되고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의 조건부 연기를 결정한 AFC가 상반기 A매치 일정을 공지하는 대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한다는 복안도 세워뒀다.
제대로 치러질지 의문이나 K리그는 예정대로라면 7월 개막할 2020 도쿄올림픽에 대한 탄력적인 규정 적용을 결정했다. 23세 이하(U-23) 선수들이 나서는 올림픽에 선수를 파견하면 해당 구단은 U-22 의무출전에 얽매이지 않고 교체카드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K리그는 정말 뜨거운 2019시즌을 보냈다. 그런데 모처럼 찾아온 ‘축구의 봄’을 전염병으로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결과도 추이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최대한 정상적인 흐름을 이어가려는 K리그의 의지와 노력은 갈채를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