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의 주장은 단순히 완장만 차는 게 아니다. 그 역할은 막중하다. 동료들을 하나로 뭉쳐야하고, 코칭스태프와의 다리 역할도 해야 한다. 특히 팀이 어려울 때 존재감을 드러내야한다. 적극적인 소통으로 조직을 추슬러 팀을 바로 잡는 게 그들의 몫이다. 그래서 캡틴 선임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팀 사정에 따라 경험 많은 선수를 선택하기도 하고, 또는 충성도 높은 선수에게 맡기기도 한다.
2020시즌을 앞둔 K리그1·2 구단들의 주장 선임이 완료된 가운데 K리그1 12팀 주장의 평균 나이는 32세고, 포지션은 미드필더(7명)가 다수다. K리그2 10팀 주장의 평균 나이는 30세다.
K리그1 주장 중엔 ‘한번 주장은 영원한 주장’처럼 터줏대감이 많다. 전북 현대 이동국(41)을 비롯해 수원 삼성 염기훈(37), 성남FC 서보민(30), 강원FC 오범석(36)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1998년 프로에 데뷔한 이동국은 K리그 현역 최고참이다. 이미 2013년, 2014년 연거푸 주장을 경험했지만 지난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조세 모라이스 감독이 그를 선택했다. 팀의 맏형이자 자기관리가 철저해 후배들의 모범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동국이 5년 만에 다시 캡틴이 된 전북은 지난해 K리그1 3연패에 성공했다. 모라이스 감독의 믿음은 올해도 변함이 없다.
염기훈도 ‘영원한 주장’이다. 2014년부터 4년간 주장을 맡은 뒤 2018년 후배에게 넘겼다가 지난해 다시 선택 받았다. 수원의 최고참인 그는 올해로 6년째 주장을 맡는다.
서보민은 성남이 K리그2에 있던 2018년 입단하자마자 주장이 됐으며, 그 해 K리그1 승격에 이어 지난해 1부 잔류에 성공하면서 3년 연속 리더가 됐다. 오범석은 2년 연속 강원 주장이다.
원 클럽맨의 주장도 눈길을 끈다. FC서울 고요한(32), 광주FC 여름(31), 대구FC 홍정운(26)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생일을 축하해 화제가 됐던 고요한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2004년 프로 입단 이후 줄곧 서울 유니폼만 입고 통산 300경기 이상을 뛰었다. 2018년 7월 리더가 됐으며, 동료들의 신뢰가 두텁다.
2012년 광주에서 데뷔한 여름은 번외지명으로 입단해 주장까지 선임된 케이스다. 지난해 부주장에서 올해 주장으로 승격됐다. 2016년 대구에서 데뷔한 홍정운도 나이는 많지 않지만 팀에 대한 애정이나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임대 선수가 주장을 맡거나 부주장을 무려 3명을 둔 케이스도 있다.
포항 스틸러스 최영준(29)은 지난 시즌 중반 전북에서 임대된 뒤 탁월한 활약을 펼친 것은 물론이고 평소 훈련 등에서 모범적인 태도를 보여 발탁됐다. 울산 현대 신진호(32)는 선참급(김태환) 중간급(정승현) 막내급(이상헌) 등 역할을 나누는 부주장들과 호흡을 맞춘다. 이들 이외에도 부산은 올해 울산에서 이적한 베테랑 강민수(34)에게 캡틴 자리를 맡겼고,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잔류의 일등공신인 이재성(32)을 선임했다. 상주 상무는 한석종(28)이 완장을 찼다.
K리그2에서는 경남FC 주장 하성민이 33세로 가장 나이가 많고, 제주 이창민이 26세로 가장 어리다. 2008년 프로 데뷔한 하성민은 처음으로 리더가 됐다.
대전 황재훈(30)과 서울이랜드 김민균(32)은 임시 주장에서 승격됐다. 황재훈은 스페인 전훈 기간 임시로 리더가 됐다가 좋은 평가 속에 마지막 날 최종 낙점됐고, 김민균은 지난 시즌 임시 주장에 이어 올해 공식 선임됐다. 안산 그리너스 이인재(28)는 지난해 부주장에서 승격한 케이스다.
수원FC 이한샘(31)과 FC안양 최호정(31), 전남 드래곤즈 김주원(29)은 소통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부천FC 김영남(29)과 충남아산 박세직(31)은 2년 연속 캡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