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2017 신인드래프트는 ‘풍년’처럼 여겨졌다. 해당 연도 포지션 최고 선수로 꼽혔던 포수 나종덕(2차 1라운드)과 내야수 김민수(2라운드)를 뽑으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 중에서도 1차지명 윤성빈(21)을 향한 기대가 가장 컸다. 부산고 재학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집중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만큼 10년 이상 거인의 마운드를 지켜주리라 믿었다.
뚜껑을 열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했다. 데뷔 첫해 어깨 재활로 1군에 머물지 못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18경기에 등판해 50.2이닝을 소화하며 2승5패, 평균자책점(ERA) 6.39에 그쳤고, 지난해에는 1경기(0.1이닝 1실점) 등판 기록만 남겼다.
지명 당시 최고 153㎞ 속구를 던지던 사이드암 투수의 위력을 끌어올리는 건 롯데의 목표이자 과제였다. 지난해 9월 부임한 성민규 단장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2019 시즌 종료 후 김해 상동 마무리캠프에서부터 윤성빈의 재활 단계를 꼼꼼히 체크했다. 이어 호주 애들레이드 스프링캠프 대신 미국 드라이브라인 캠프에 윤성빈을 비롯한 젊은 투수 4명을 보냈다. 드라이브라인 아카데미는 첨단 장비를 동원한 투구폼 체크부터 피치 디자인(효율적인 투구 패턴 분석)으로 정평이 나있다. 윤성빈은 2월부터 152㎞를 찍으며 기대를 모았다.
교정 작업은 성공적이었고 윤성빈은 호주 1군 캠프로 합류했다. 드라이브라인 아카데미로 떠났던 4명 중 유일했다. 캠프 내내 불펜피칭과 라이브피칭으로 컨디션을 조율한 윤성빈은 롯데의 마지막 청백전이었던 15일, 마침내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첫 실전등판이었다. 결과는 1이닝 2안타(1홈런) 1실점이었고, 구속도 147㎞로 조금 떨어졌지만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가 있었다.
윤성빈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부터 “결과를 보여준 뒤 인터뷰 하고 싶다”며 취재진 앞에 서는 걸 정중히 고사했다. 캠프에서 불펜피칭을 마친 뒤에도 “아직 만족스럽지는 않다. 밸런스를 잡아가는 과정”이라며 큰 의미부여를 피했다. 기대가 워낙 컸고, 아직 이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더 높은 곳을 보며 의지를 다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