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마지막 시즌’ 준비하는 LG 박용택의 독특한 캠프 경험
동생들과 두 달동안 추억 쌓으며 몸과 마음 컨디션 관리에 집중
4월은 추워서 항상 고전했는데 리그 연기가 개인적으론 반가워
팀 우승 기여하고 은퇴하고 싶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프로야구 LG의 베테랑 박용택(41)은 자신의 마지막 스프링캠프에서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범 경기가 취소되고 정규시즌이 늦춰졌다. 이 때문에 2002년 데뷔 후 처음으로 ‘3차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이다. 1차 호주에 이어 2차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진행했던 LG는 일본 정부의 입국 제한 강화 방침에 서둘러 짐을 싸 경기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국내 캠프를 차렸다. 19일부터는 안방인 서울 잠실구장에서 처음 훈련을 시작했다.
이날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용택은 “두 달간 50∼60명 같은 얼굴을 계속 보니까 지친다”고 웃으며 운을 뗀 뒤 “이천에 가서는 7, 8년 만에 2인 1실도 썼다. (유)강남 등 동생들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매일매일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고 훈련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으로 “지금 내 마지막 시즌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조속히 진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규시즌 개막을 28일에서 다음 달 중으로 잠정 연기하면서 선수단 또한 컨디션 관리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박용택은 “‘몸은 긴장감 있게, 정신은 여유 있게’라는 생각이다. 개막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주면 정신적으로 지칠 것 같다. 여유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류중일 LG 감독도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관건이다. (개막이 계속 미뤄져서) 월요일 경기나 더블헤더를 하게 되면 너무 힘들어진다. 일단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가 빨리 결정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막은 미정이지만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팀의 새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26)에 대한 전망을 묻자 박용택은 “옛 팀 동료인 로베르토 페타지니의 좋은 기운을 받길 기대한다.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고 침착하고 무덤덤해서 국내 리그에 잘 적응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LG의 외국인 타자 성공 사례로 꼽히는 페타지니는 2008, 2009년 등 2시즌을 뛰며 통산 타율 0.338에 33홈런을 기록했다. 박용택은 “경기 수 단축도 거론되고 있지만 중요한 건 성적이다. 당당하게 좋은 성적 내서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기록면에선 오히려 늦어진 리그 개막이 반갑다고 했다. 박용택은 지난 시즌에도 4월에 타율 0.185를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박용택은 “돌이켜보면 4월에는 야구선수답게 야구한 적이 잘 없다. 나에겐 지금 날씨도 춥다. 몸 풀리고 야구를 시작하면 개인적으로 좋을 것 같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프로 데뷔 후 한 번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은 마지막 시즌 팀과 함께 숙원을 풀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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