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MVP? 발표가 잘못난줄 알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핸드볼리그 6위’ 광주도시公 강경민
만년꼴찌팀 에이스로 숱한 눈물… 작년엔 다 포기하고 수영강사로
새 감독 4개월 설득에 결국 복귀… 팀 깜짝 4승 이끌고 3관왕 등극

“발표가 잘못 난 줄 알았어요.”

핸드볼리그 여자부 광주도시공사 강경민(24·사진)은 며칠 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는 소식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체 일정의 3분의 2만 치른 채 조기 종료된 이번 시즌 소속팀 광주도시공사는 8개 팀 가운데 6위에 머물렀기 때문. 2011년 리그 출범 후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든 하위 팀에서 MVP가 나온 건 처음이다. 비록 팀 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은 단연 빛났다. 득점 1위(123점)에 오르며 타이틀 1개를 찜했던 그는 MVP뿐 아니라 포지션별 올스타(센터백)에도 선정돼 3관왕에 올랐다. 2015시즌 신인왕 이후 오랜만의 경사였다. 강경민은 “축하 전화를 여러 통 받고서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 MVP 상금(150만 원) 등이 생긴다. 함께 고생한 동료들에게 한턱 쓰며 기쁨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강경민이 리그 최고의 선수에 오르기까지 사실 우여곡절이 있었다. ‘만년 꼴찌’로 불린 광주도시공사에서 실업 무대에 데뷔한 강경민은 첫 시즌부터 홀로 팀을 이끌며 남모를 눈물도 많이 흘렸다. 열심히 뛰어도 좀처럼 승리와 인연을 맺을 수 없어 2018∼2019시즌을 앞두고 유니폼을 벗었다. “핸드볼의 ‘핸’자도 쳐다보지 않겠다”고 다짐한 그는 고향인 인천에서 약 1년간 수영강사로 일했다.

이번 시즌부터 핸드볼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된 데에는 광주도시공사의 새 사령탑에 오른 오세일 감독의 끈질긴 설득이 있었다. 팀 재건을 위해 강경민이 꼭 필요했던 오 감독은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광주와 인천을 오가며 4개월 가까이 끈질기게 설득했다. 강경민은 “감독님이 한번은 ‘너는 수영복보다 핸드볼 유니폼이 어울린다’고 하더라. 착 달라붙어 핏감이 살아 있는 수영복과 헐렁한 핸드볼 유니폼을 비교하시기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며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며 웃었다.

올 시즌 리그 개막전에서 광주도시공사는 디펜딩챔피언 부산시설공단을 34-29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여기에는 복귀전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양 팀 최다인 17점을 몰아넣은 강경민의 활약이 있었다. 매 경기 평균 8.8점을 책임져 준 강경민의 든든한 활약 덕에 직전 시즌 최종전에서야 가까스로 1승(20패)을 거뒀던 광주도시공사는 올 시즌 4승(7패)을 챙겼다. 접전 끝에 무승부로 끝낸 경기도 3차례(리그 최다)다. 강경민은 “올 시즌 목표는 5승이었는데 리그가 일찍 안 끝났다면 가능했을 것 같다. 다음 시즌에는 중위권(4∼5위) 진입을 목표 삼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경민의 좌우명은 ‘박수칠 때 떠나라’란다. 그렇기에 지천명을 앞둔 오영란(48·인천시청) 등 노장들이 많은 핸드볼 코트에서 30세까지만 짧고 굵게 선수생활을 하려고 한다. 굵은 족적을 남기려면 개인 타이틀 외에 우승컵도 꼭 갖고 싶다. 강경민은 “개인이나 팀이나 여러모로 동기 부여가 된 시즌이다. 우승을 향해서도 한 발씩 나아가겠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여자핸드볼#광주도시공사#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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