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킹 여왕’→‘코트의 여왕’ 대관식만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5일 03시 00분


V리그 현대건설 1위 이끈 양효진… 공격종합-블로킹 리그 당당 으뜸
통산 득점서도 새로운 기록 쓰면서 데뷔 첫 정규리그 MVP 눈앞에

지난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은 6팀 중 5위를 했다. 4위 IBK기업은행 승점(50점)의 절반 정도인 승점 29점(9승 21패)을 챙기는 데 그쳤다. 고예림이 합류한 것 외에는 별다른 전력 보강도 없었다. 2019∼2020시즌을 앞두고 주목받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그랬던 현대건설이 가장 높은 자리에서 시즌을 마쳤다. 23일 한국배구연맹(KOVO)이 리그 조기 종료를 결정하면서 5라운드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순위를 확정했고, 승점 52(19승 6패)의 현대건설은 승점 51(17승 8패)의 GS칼텍스를 제쳤다.

예상을 깬 결과의 중심에는 ‘블로킹의 여왕’ 센터 양효진(31)이 있다. 시즌 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으며 잔류한 프랜차이즈 스타 양효진은 공격종합 1위(성공률 43.70%)에 올랐고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세트당 0.853개)도 지켰다. 1월에는 팀 선배 황연주(34)를 넘어 여자부 통산 최다득점(5562점)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본인은 담담해했다. 양효진은 24일 전화 인터뷰에서 “정규리그 1위는 기쁘지만 조금은 섭섭한 것 같다. 끝내 리그가 재개되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어느새 V리그 고참이 된 양효진은 “어느 때보다 모든 선수들에게 수고 많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맹활약의 비결로는 “팀 구성이 잘 맞았다.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잘 해줬다”고 말했다. 양효진이 남은 덕분에 기존의 강점인 중앙 공격을 살린 현대건설은 레프트 고예림을 FA로 영입하면서 리시브 라인과 날개 공격을 강화했다. 최근 3시즌 풀타임을 소화한 세터 이다영은 리그 최정상급 세터로 거듭났다. 센터 한 자리를 양효진이 든든히 메워 준 덕분에 2년차 정지윤, 신인 이다현 등 어린 센터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GS칼텍스가 맹추격을 해왔을 때의 느낌을 묻자 양효진은 “여태 고생한 게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13시즌을 뛴 양효진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쥘 수 있을까. 올스타전 최다 득표 5회에 챔피언결정전 MVP도 받아 봤지만 양효진은 아직 정규리그 MVP와는 인연이 없다. 현대건설이 정규리그 우승을 했던 2009∼2010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케니, 2010∼2011시즌에는 황연주가 수상했다. 이번 시즌 4라운드에서 4년 만에 라운드 MVP를 맛본 양효진은 “어떤 것들을 얻더라도 나 혼자의 노력으로 이뤄진 게 아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로킹 여왕’은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를 하면서 팬들의 소중함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는 “건강이나 경제 문제로 힘든 분들이 많은데, 모두 잘 회복해서 내년에 배구장에서 만났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현대건설#양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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