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 새 희망 임성재-김시우, “PGA도 놀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0일 03시 00분


Enjoy&Golf

김시우

코리아 영건’ 임성재
작년 PGA 투어 혜성처럼 등장
올해들어 2개 대회 연속 톱3 랭크
안정적인 벙커샷까지 새로 장착

반전 꿈꾸는 김시우
최연소 기록 제조기 명성
허리 부상 딛고 ‘쾌조의 샷’ 회복
시즌 재개 땐 좋은 성적 기대

임성재
최경주(50)와 양용은(48)이 한국 남자 골프를 대표하는 시절이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을 빼놓고도 한국 골프를 이야기하기 힘들었다.

꼼꼼한 스타일의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한국인 맏형이다.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PGA투어에서만 8차례 우승했다. 임기응변에 강한 양용은은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무너뜨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두 선수가 팬들에게 전했던 감동의 바통은 ‘영건’인 임성재(22)와 김시우(25·CJ대한 통운)이 물려받았다. 향후 10년은 이 둘을 빼놓고는 한국 남자 골프를 이야기하기 힘든 시기가 될 것이다.

지난 시즌 PGA투어에 혜성처럼 등장한 임성재는 2번째 시즌 만에 PGA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로 떠올랐다.

루키였던 지난 시즌 그는 전체 투어 선수 중 가장 많은 35개 대회에 출전하며 ‘아이언맨(철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톱10에 7차례나 이름을 올리며 30명 만 출전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도 출전했다. 이덕분에 아시아 국적 선수로는 처음으로 PGA투어 신인왕을 차지했다.

유일한 ‘옥에 티’였던 우승 갈증은 최근에 풀었다. 임성재는 이달 2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파70)에서 끝난 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최종 합계 6언더파 274타로 생애 첫 승을 달성했다. 자신의 PGA투어 50번째 경기에서 차지한 첫 우승이었다.

상승세를 탄 임성재는 거칠 게 없었다. 다음 대회인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마지막 날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다. 마지막 날 1오버파를 치며 단독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두 대회 연속 톱3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기록을 보면 임성재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PGA투어 시즌이 중단된 가운데 그는 페덱스컵 포인트 1458점으로 페덱스컵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상금에서는 386만2168달러(약 46억4700만 원)로 미국의 저스틴 토머스(421만4477달러·약 50억7000만 원)에 이어 2위다. 미국에 머물며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임성재는 “좋은 샷 감각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꾸준히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지난 시즌에는 벙커샷이 불안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샌드세이브율(61.29%·지난해 48.95%)이 높아지면서 타수를 잘 지킬 수 있게 됐다. 투어가 재개돼도 변함없이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코리안 영건의 선두 주자였던 김시우 역시 반전을 꿈꾸고 있다. 허리 부상의 여파로 이번 시즌 13개 대회에서 여섯 차례 컷 탈락하는 부진을 겪었던 김시우는 이달 열린 플레이어스에서 챔피언십에서 모처럼 쾌조의 샷 감각을 선보였다. 김시우는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올해 대회 1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공동 2위에 올라 우승을 넘봤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대회조직위의 결정에 따라 2라운드부터 남은 대회가 취소되면서 모든 기록이 무효가 됐다.

김시우는 “시즌 시작 전에 연습을 무리하게 했던 게 컨디션 저하로 이어졌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앞두고는 몸 상태가 많이 회복돼 기대가 컸는데 아쉽다”며 “미국도 코로나19로 인해 휴장한 골프장이 많다.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코스에 나가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재개될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1995년에 태어난 돼지띠 김시우는 2012년 역대 최연소인 17세 5개월로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했다. 2016년에는 윈덤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면 첫 우승을 차지했고, 22세이던 2017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는 대회 최연소로 우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비슷한 나이대의 두 선수는 후원사도 같아 틈나는 대로 연락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고 있다. 최경주와 양용은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국 남자 골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듯이 임성재와 김시우는 한국 남자 골프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들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njoy&golf#골프#스포츠#임성재#김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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