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된 건 아무 것도 없다. 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그림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천재’ 강백호(21·KT 위즈)의 1루수 시도는 이강철 감독의 ‘꽃놀이패’가 될까.
강백호는 최근 평가전에서 줄곧 1루수로 나서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는 물론 청백전 초반까지만 해도 외야수로만 전념했지만, 교체로 차츰 1루 미트를 끼더니 이제는 줄곧 선발출장이다.
세 번째 도전이다. 입단 첫해 지명타자로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순식간에 자리를 잡았다면, 2년차인 지난해에는 붙박이 외야수로 나섰다. 외야는 야구인생 처음이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올해 1루수로 나선다면 세 번째 변화가 된다.
아직까지는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이다. 이 감독은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확실히 그림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내심 만족을 표했다. 박정환 수비코치는 “준비부터 스타트, 반응이 괜찮다. 기본적으로 센스가 있는 선수답다”며 의외의 선전에 박수를 보냈다.
● 최고 수준 외야수 배정대의 존재 KT는 ‘1루수 강백호’ 카드를 테스트하는 것만으로도 세 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첫째는 수비 강화다. 스프링캠프까지 KT의 외야진은 김민혁~멜 로하스 주니어~강백호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로하스의 지난해 수비 범위 축소 등을 감안한다면 외야 수비 약화가 불가피했다.강백호가 1루수로 나서면 배정대가 중견수를 맡는다. 배정대는 ‘수비만큼은 KT는 물론 리그 전체에서 손에 꼽힌다’고 평가받는다. 배정대가 외야 중심을 잡으면 좌익수 로하스, 우익수 김민혁의 수비 부담이 줄어든다.
● 가장 약한 포지션을 가장 강한 타자로 채운다 타선 강화 효과도 뚜렷하다. KT의 지난해 1루수 wRC+(조정득점생산)는 70.8(8위)에 불과했다. wRC+는 리그 평균 공격 생산을 100으로 상정하는 지표다. KT는 1루에서 리그 평균 타자들에 비해 30% 적은 공격 생산에 그친 셈이다. 1루수 평균(106.1)보다는 36% 떨어졌다. 강백호의 지난해 wRC+는 157.4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4위였다. 리그 최상위급 타자가 팀 내 가장 약한 포지션에 가세한다면 순식간에 약점을 강점으로 메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