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은퇴. 울산 현대모비스의 심장 양동근(39)이 은퇴 기자회견에서 결국 눈물을 글썽였다.
양동근은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내와 자녀들은 물론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과 팀 동료들, 한양대 후배인 조성민(창원 LG) 등 많은 이들이 참석해 살아있는 전설의 은퇴를 함께 아쉬워했다.
2004년 전체 1순위로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에 데뷔한 양동근은 14시즌 동안 정규리그 MVP 4회, 챔프전 MVP 3회, 시즌 베스트5 9회(2005-06시즌부터 상무 시절 제외 9시즌 연속 수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쌓았다.
우승 경험도 많다. 양동근은 챔피언 반지 6개를 소유한 KBL 유일한 선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농구 대표팀의 금메달을 견인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즌 조기 종료가 결정되면서 양동근의 은퇴도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은퇴 경기도 치르지 못했다. 양동근은 “은퇴는 항상 생각하고 있던 것”이라며 준비해온 은퇴 소감을 읽어내려갔지만, 흐르는 눈물을 참지는 못했다.
다음은 양동근의 은퇴소감 및 취재진과 일문일답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시기에 발표를 하게 돼 죄송스럽다. 어려운 시기에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환경에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도와주신 현대모비스 구단주, 단장님, 직원들께 감사드린다. 일일이 성함을 다 말하지는 못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도해주신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씀 드린다.
팬 여러분들이 가장 아쉬워하셨을 것 같다. 33번을 달고 한 번 뛰고 싶었는데 아쉽다(동료였던 고(故)크리스 윌리엄스의 등번호를 달고 경기에 출전할 계획이었으나 시즌 조기 종료로 무산됐다).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팬분들께 마지막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것도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저는 정말 운이 좋은 선수였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수들과 좋은 감독님 코치님들 밑에서 너무 행복하게 생활했다. 우승도 많이 했다. 감독님 코치님 동료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33번을 달려고 했는데 그 친구(크리스 데이비스)도 잊을 수 없다. 땡큐 소 머치 마이 브라더.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항상 은퇴라는걸 마음 속에 두고 경기했다. 미련이 남고 후회하기 전에 오늘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은퇴가 많이 아쉽지는 않다.
이제 선수로서 코트에 설 수는 없겠지만, 내가 보고 느꼈던 부분들을 살리고 많이 공부해서 꼭 다시 코트로 돌아오겠다. 꿀잠을 잔 것 같은, 꿈같은 시간들이 지나간 것 같다. 그 꿈은 말씀드린 분들이 계셨기에 꿀 수 있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주셨던 사랑 잊지 않고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프로 데뷔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첫 번째 우승(2006-07시즌) 때가 가장 기억에 남고, 그 다음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인 것 같다. 모든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쉬웠던 적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 모든 순간이 소중했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유재학 감독은 어떤 존재인가. ▶어렸을 땐 굉장히 냉정하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냉정함보다 정이 많으시다는 걸 느꼈다. 준비가 워낙 철저하신 분이다. 제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만들어주신 분이다.
-충분히 더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은퇴 생각은 매년 FA 때마다 했다. 올해 이렇게 결정했지만, 작년에 했어도 나쁜 결정이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많이 힘이 들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으로 은퇴 결정을 내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경기를 뛸 수 있다면 누구랑 뛰고 싶은가. ▶학창시절 같이 농구했던 친구들이랑 뛰는게 가장 재밌을 것 같다. 첫 번째는 (김)도수(고양 오리온 코치)다. 같이 농구를 했고 나 때문에 농구를 시작한 친구다. 대학교 때로 보면 (조)성민이를 꼽고 싶다. 성민이가 여기 와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리고 크리스 윌리엄스. (함)지훈이는 너무 많이 같이 뛰어서 빼겠다. 그리고 (이)종현이다. 종현이는 부상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같이 뛰어보고 싶다.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감독님이 어떻게 지도하고 선수들을 이해시켰는지, 아직도 배우고 있다. 어떤 지도자가 될지는 아직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나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는 지도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최고라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런 기사들이 올라와서 욕을 많이 하시더라. 덜 미워해주셨으면 좋겠다.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뛰고 열심히 뛰었을 뿐이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믿음이 가는 선수. 이기든 지든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등번호 6번이 영구결번이 된다. 어떤 의미가 있는 번호인가. ▶신인 때 선택할 수 있는 번호가 3번, 6번이었다. 감독님이 왜 번호를 안 정하냐고 물으시더니 “6번 해”라고 하셨다. 그래서 선택했는데 알고보니까 감독님이 현역 시절 달았던 번호였다. 겉으로 말씀은 안하시지만, 그런 의미로 6번을 주신게 아닌가 싶다.
-은퇴 투어, 은퇴 경기는 꿈꾸지 않았나.
▶꿈은 많이 꿨다. 은퇴 투어는 이미 형님들이 했고, 내가 그런 선수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은퇴를 정해놓고 뛰는 것도 나에겐 동기부여가 잘 안 될 것 같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