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구촌 스포츠 시계는 사실상 멈춰버렸다. 그렇다고 각자의 역할과 임무마저 포기할 수 없는 노릇.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박항서 감독(61)도 묵묵히 자신의 책무를 다하고 있다.
“언제든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다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강조해온 박 감독은 “‘코로나 시국’은 기회다.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소중한 시기”라는 입장이다.
7일 박 감독의 에이전시 디제이매니지먼트 이동준 대표에 따르면 베트남 하노이에 머물고 있는 박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 김한윤 코치 등 베트남 축구를 책임지는 한국인 코칭스태프는 치열한 일상에 미뤄둔 전력강화 이외의 전문 분야를 보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껏 베트남은 지도자만 바꾸면 축구 전체가 달라진다는 인식을 가져왔다. 낯선 풍토는 아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도 비슷했다. 외국인 감독은 마치 ‘마이다스의 손’처럼 모든 걸 뚝딱 해낸다고 여겼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분야가 톱니처럼 맞물려야 축구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박 감독은 자택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베트남축구협회(VFF) 회의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코치진, 협회 스태프와 미팅을 갖는다. ▲피지컬 ▲영양 ▲의무/재활 ▲멘탈리티 등의 중요성을 다시금 알리고 베트남 축구 전반의 환경과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당연히 참모들은 쉴 틈이 없다. 과거 옌볜 푸더(중국·해체)에서 황선홍 감독(대전 하나시티즌)을 도운 박성균 피지컬 담당코치(30)는 그동안 베트남 대표팀을 거친 선수들의 체력을 데이터로 정리한 자료를 좀더 세분화시켜 업그레이드하고 있고, 21세 이하(U-21) 대표팀을 전담한 김한윤 코치(46)도 U-19 등 하부 연령 지도자들과 축구 유망주들의 성장 패턴을 연구하고 정보를 공유해 원활한 연계 시스템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개인적인 사유로 잠시 귀국했다 코로나19 여파에 하늘길이 막혀 국내에 머물고 있는 최주영 의무팀장도 아직은 부족한 베트남 스포츠 의학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축구 기술자답게 치밀하게 업무를 수행 중이지만 일과는 굉장히 단조롭다. 현지에서 ‘자가 격리의 표본’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외부 활동을 삼가고 있다. 식사를 위해 가끔씩 시내를 찾고, 협회 차원의 각종 기부 행사와 캠페인 참여 정도가 외출의 전부다.
스포츠동아에 “잘 지내고 있다. 걱정 말라. 하루하루 충실하고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 박 감독이지만 고민은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한국과 베트남의 복잡한 상황과 맞물린 여러 감정들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감독은 연봉 일부를 반납하라”는 베트남 매체의 보도를 놓고 양국 팬들이 대립 각을 세운 것이 하나의 사례다. 이 대표는 “감독님이 많이 안타까워한다. 빨리 어려운 시기가 지나 예전처럼 우호적인 분위기가 흐르길 바라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