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는 다시 화려한 날개를 펼 수 있을까.
KIA 타이거즈 나지완(35)이 조금씩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 4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날 경기에서 나지완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홈런을 만들었다. 특유의 장타력을 마음껏 뽐내며 맷 윌리엄스 신임 감독의 믿음에 조금씩 보답하는 모습이다.
2019년은 그에게 유독 잊고 싶은 한 해였다. 모든 수치에서 최악의 시즌을 보내 베테랑 타자로서 팀에 항상 미안함을 안고 뛰었다. 56경기에서 타율 0.186, 6홈런, 17타점, 12득점. 나지완이 한 시즌 100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것은 2011년(85경기) 이후 8년 만이었다. 신인 시절이었던 2008년(73경기)보다도 많은 경기에 뛰지 못했다.
절치부심하며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로 향한 그는 체중 감량과 함께 수비력을 강화시키며 반등을 준비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베테랑이면서 우타자로 일발장타를 가진 그를 중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미국 연습경기부터 최근 청백전까지 4번으로 꾸준히 기용하며 중심타선의 핵심 역할을 맡기고 있다.
리빌딩 중인 KIA는 기존 전력 최형우와 프레스턴 터커를 제외하면 장타를 날려줄 다른 후보가 마땅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나지완의 부활은 반드시 필요하다. 4번 자리는 분명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에게는 넘어서야할 할 산이기도 하다.
나지완이 좋은 성적을 낸 시즌에 KIA의 팀 성적이 좋았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KIA가 가장 최근 통합우승을 차지한 2017년에는 타율 0.301, 27홈런, 94타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고,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직전 2016년에도 타율 0.308, 25홈런, 90타점으로 날았다.
세월이 오래 흘렀지만 최고의 한 시즌은 역시 2009년이다. 그해 나지완은 2년 차 어린 선수인데도 타율 0.263, 23홈런, 73타점이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대망의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은 아직도 KBO리그 명장면에 손꼽힌다. 당시 KIA 우승 견인에 상당한 역할을 했던 선수로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그야말로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했다. 만 35세 베테랑에게는 이제 더 이상 욕심낼 것도, 추락할 곳도 없다. 다시 한 번 자신과 팀의 영광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그에게는 2020 시즌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호랑이 군단 4번타자의 활약이 더욱 더 궁금해지는 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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