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뜀틀의 신’ 양학선(28·수원시청)이 상의를 벗자 가슴 왼쪽에 선명한 오륜기 문신이 드러났다. 그 밑에는 영어로 ‘올림픽 챔피언’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양학선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담긴 문신이다. “2016년 1월 문신을 새길 때 올림픽 챔피언 앞에 ‘런던’을 넣으려다 말았어요. 앞으로 계속 올림픽에 나갈 수 있으니 과거보다 미래를 꿈꾸자는 생각에서였죠.”
하지만 미래는 그의 바람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양학선은 아킬레스힘줄 부상으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이후 4년간 절치부심한 그는 도쿄 올림픽에서 부활을 꿈꿨지만 올해 열릴 예정이던 올림픽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1년 연기됐다. 7일 수원시체육회선수촌에서 만난 양학선은 “처음 연기 소식을 들었을 때는 허탈했지만 지금은 괜찮다. 그동안 올림픽을 기다려온 8년에 비하면 1년은 짧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양학선 등 한국 남자 기계체조 선수들은 이미 4장의 올림픽 쿼터를 획득한 상태다. 양학선은 “남은 1년을 잘 활용해 후회 없는 올림픽을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올해 열렸다면 양학선은 1차 시기에 자신의 고유 기술인 양1(난도 6.0점)을, 2차 시기에 쓰카하라 트리플(난도 5.6점)을 시도할 생각이었다. 양학선은 2차 시기의 경쟁력 강화와 고득점을 위해 기술 변화를 고려하고 있다. 그는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비장의 카드’를 장착할 기회가 생겼다. 기존 기술보다 난도가 0.2점 높은 기술인 리샤오펑(난도 5.8점)을 연습할 계획이다. 청바지를 입고도 뜀틀 기술을 구사할 정도로 몸이 좋았던 8년 전에 연습했던 기술인 만큼 완성도를 높이면 실전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뜀틀 연습을 할 수 있는 학교 체육관 등이 폐쇄되면서 양학선은 요즘 근력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하체 운동에 많은 비중을 두는 그는 “겉으로 보이는 근육을 키우기보다는 중량을 낮추고 반복 횟수를 늘려 속근육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뜀틀을 향해 달려가는 힘과 스피드의 원천이 되는 근육을 키우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허벅지 근육 운동인 ‘레그 익스텐션’의 경우 중량 80kg 이상도 소화가 가능하지만 현재는 중량을 40, 50kg 정도로 낮추는 대신 횟수를 늘려 25회씩 총 3세트를 실시하고 있다.
햄스트링, 아킬레스힘줄 등에 부상 경험이 있는 그이기에 내년 7월까지 철저한 몸 관리가 필수다. 양학선은 “예전에는 운동을 할 때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몸에 수분이 부족해 근육이 ‘육포’처럼 마른 상태였기에 부상이 잦았다. 지난해 초부터 하루에 물을 5L씩 마시고 있다. 이후로는 통증이 사라지고 근육 상태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송주호 박사는 “충분한 수분 섭취는 혈액 순환과 근육 이완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근육에 피로가 누적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양학선은 “부상 예방 효과는 보고 있지만 밤에 화장실을 자주 가 잠을 잘 못 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매일 가슴에 그려진 오륜기를 보며 ‘다시 정상에 섰을 때의 감정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양학선이다.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슬럼프를 모두 겪은 그의 목표는 한 가지다.
“편의점에 가면 점원이 ‘은퇴한 거죠?’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올림픽 목표는 확실하다. ‘양학선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당당히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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