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회할 시간 없고 부상은 치명…전례 없던 K리그 ‘5월 개막’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9일 11시 27분


2020년 K리그가 서서히 개막 준비를 하고 있다. 전례 없는 5월 개막이다. 준비를 단단히 해야한다. © 뉴스1
2020년 K리그가 서서히 개막 준비를 하고 있다. 전례 없는 5월 개막이다. 준비를 단단히 해야한다. © 뉴스1
제주유나이티드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베테랑 공격수 정조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K리그 개막이 연기된 현 상황을 ‘막연한 기다림으로 인한 고통’이라 표현했다.

그는 “훈련할 때 ‘10바퀴만 뛰어’ 그러면 끝을 알고 있으니 그렇게 힘들지 않다. 그런데 얼마를 돌아야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냥 뛰어’ 그러면 너무 힘들다. 도대체 얼마를 기다려야 필드에서 팬들을 만날 수 있는지 모르니 지금의 훈련이 더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끝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던 감독과 선수들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히려 진짜 큰숨을 들이 마셔야한다. 이미 수차례 운동장을 돌았겠으나 선수들은 훈련의 고삐를 늦추면 곤란하다. 여느 때보다 더 긴장하면서 시즌 개막을 준비해야한다.

1983년 프로축구리그 출범 후 사상 처음으로 개막 일정 자체를 뒤로 미뤘던 K리그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것은 아니니 여전히 신중하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시작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한 축구 관계자는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축구계도 물밑에서 준비를 시작했다. 대한축구협회도 5월부터는 여러 일정을 시작한다는 게 내부적인 방침”이라면서 “프로축구연맹 역시 5월에는 K리그 막을 올려야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축구연맹은 ‘리그 축소 운영’으로 가닥을 잡고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유력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22R+5R’이다. 홈&어웨이 1번씩 치르는 개념으로 22경기 정규 라운드를 치르고 이후 파이널 라운드 5R를 합쳐서 27라운드를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 K리그 개막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리그 출범 이후 사상 초유의 5월 개막인데, 감독도 선수들도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변수’가 나올 공산이 적잖다.

시작과 동시에 모든 팀들은 전력 질주를 준비해야한다. 장기 레이스에서 전력이 안정된 팀이 결국은 유리하다 말하는 것은, ‘만회’할 기회들이 제공되는 까닭이다. 이길 경기 비기고, 비길 수 있었던 경기 패하고 혹 연패에 빠지더라도, 안정세에 접어들면 잃어버린 승점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들이 있다. 하지만 2020시즌은 상황이 다르다.

단 22경기만으로 순위가 갈린다. 하위권 전력이라 평가받던 팀들도 초반에 2~3연승을 달성할 수 있다면 충분히 상위권에서 시즌을 진행할 수 있다. 반면, 강팀들도 긴장을 늦추다가는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감수해야한다.

승점 벌리기가 쉽지 않은 축구 종목의 특성을 고려하면 1~2점 차이로 우승팀이 가려지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팀이 결정되며 강등과 잔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시작부터 전력질주다. 그래서 더더욱 각별한 신경을 써야할 것이 부상 방지나 슬럼프 예방이다.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시즌을 시작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모두들 의욕은 충만하겠으나 실전 경험, 감각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따라서 선수들이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할 확률도 크다. 이 역시 만회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한다. 4주, 8주 부상이면 엄청난 전력 누수다. 조금 큰 부상이면 곧바로 시즌 아웃 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만약 (코로나19)상황이 계속 좋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파이널 라운드를 뺀 22라운드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이널 라운드를 통한 막판 뒤집기 기회마저 사라질 수도 있다. 전례 없던 K리그 5월 개막.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하면 기다린 보람이 없을지 모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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