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박세혁(30)은 올해도 팀의 주전 마스크를 쓴다. ‘의심’으로 시작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믿음을 받는 안방마님이다.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팀 청백전에 등판한 두산의 새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은 4이닝 무실점 호투 후 “모든 구종의 제구가 좋았다. 박세혁과의 호흡도 좋았다. 박세혁의 볼배합이 좋아서 그대로 던졌다”며 포수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플렉센의 칭찬을 전해 들은 박세혁은 “볼이 좋으니까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이라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몸을 낮췄지만, 박세혁은 안방마님으로 마운드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 주전 도약 첫 해였던 지난해 이미 능력을 보여줬다.
2012년 두산에 입단한 박세혁은 주전 양의지(NC 다이노스)에게 밀려 2018년까지 백업으로 뛰었다. 그러다 양의지가 2018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로 NC로 이적하면서 주전 마스크를 쓰게 됐다.
박세혁은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2위(3.51)를 끌어 내며 양의지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웠다. 타격에서도 타율 0.279, 4홈런 63타점을 때려냈다. 3루타 9개를 쳐 포수 한 시즌 최다 3루타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래 기다렸던 기회를 멋지게 잡아낸 것이다. 올해도 두산은 박세혁에게 포수 마스크를 믿고 맡긴다.
두산은 올 시즌 외국인 투수 두 명이 새롭게 합류했다. 새 투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포수 박세혁도 덩달아 바빠졌다.
박세혁은 “그 선수들의 스타일을 알아야 한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플렉센과 남미 선수 특유의 성격이 있는 라울 알칸타라는 성격이 정반대”라고 벌써 파악해놓은 선수들의 스타일을 설명했다.
이어 “플렉센의 경우 너무 진지해지면 본인이 안 좋을 때 더 파고들 수 있다. 그 전에 우리 팀에서 뛰던 다른 외국인 투수들도 그런 부분이 있었는데, 옆에서 그런 부분을 말해주고 맞춰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는 ‘양의지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있나’라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면, 올해는 ‘더 잘해야 한다’는 기대가 향하고 있다. 이는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박세혁은 고개를 저었다.
박세혁은 “어느 선수나 시즌이 들어가기 전에는 그해 성적 때문에 부담을 갖는다. 그런데 작년에는 부수적인 게 더 많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앞에 있던 선배가 워낙 잘했던 포수고, 그 포수가 나가면서 우리 팀이 위기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그 자리에 선다는 것에 대해 부담이 컸는데 그런 걸 다 억누르면서 시즌을 치렀다”고 털어놨다.
그 부담을 이겨낸 덕분에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박세혁은 “지난 한 해를 통해 내가 올라갔다기보다 내 자신이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인성 두산 배터리 코치는 “박세혁이 인정을 받으려면 3년 정도는 꾸준하게 해야 한다”며 채찍질을 하고 있다.
박세혁도 조 코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박세혁은 “다른 팀 주전 포수를 봐도 2~3년 넘게 꾸준히 했고, 인정을 받아왔다. 나는 아직 주전 1년 차가 지났다”면서 “작년에 부담이 더 컸던 것 같다. 이제는 내가 다른 포수들과 다르게 빠르고, 뛰는 야구를 한다는 걸 보여드렸다. 수비적인 부분도 당연히 더 신경 쓰면서 600~700경기를 꾸준히 뛰면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개막이 미뤄지면서 컨디션을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계속해서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박세혁은 “타격감은 나쁘지 않다. 잘 맞는 타구도 있고 잘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개막일은 안 정해졌지만, 타 구단과 연습경기 날짜가 나온 만큼 더 집중해서 다른 투수들도 분석하고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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