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멈춰서 있는 사이, 현지에서 가장 많은 뉴스를 생산하고 있는 팀은 단연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이다.
이슈의 중심에 놓인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큰 클럽이라는 방증이니 자체만으로는 나쁠 것 없으나 토트넘 팬들 입장에서 볼 때는 썩 좋지 않은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구단의 방침은 흔들리고 최고 스타는 이적을 도모하고 있다. 그야말로 바람 잘 날 없는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지난 13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직종에 상관없이, 모든 직원들은 4~5월 임금을 100% 받게 될 것”이라면서 “오직 이사회만이 삭감된 임금을 받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체만으로는 박수를 불러올 발표지만 사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토트넘은 지난 1일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EPL 중단으로 재정난에 봉착했다며 직원 550명의 임금을 20% 삭감하고 그중 40%는 임시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토트넘은 애초 해고직원 급여의 20%의 임금만 구단이 지불하면 나머지 80%를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고용유지제도를 활용하려 했다. 리버풀과 같은 생각이었다. 이것이 큰 반발을 샀다.
팬들은 재정이 넉넉한 구단들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고안한 제도를 악용한다며 질타했다. 여기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등이 직원들 급여를 전액 부담한다고 방침을 정하며 비난 수위는 더 높아졌다.
그래도 리버풀은 빨리 철회했다. 지난 7일 피터 무어 리버풀 최고경영자는 “우리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임시해고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토트넘은 그보다도 일주일이나 시간이 더 지나서야 꼬리를 내렸으니 사과할 타이밍도 놓쳤다.
토트넘은 실제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리그가 멈추면서 수입도 끊겨 거의 모든 구단들이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으나 토트넘은 곱절로 상황이 좋지 않다.
토트넘은 새로운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짓는데 10억 파운드(1조5130억원)가 들었고 그중 절반이 넘는 6억3700만 파운드(약 9630억원)를 빌렸다. 그 빚을 부지런히 갚아야하는데 코로나19로 수입이 끊겨 난감한 상황이다. 결국 선수단 몸집을 줄여 재원을 마련한다는 복안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인데, 간판선수들이 매물로 나왔다.
현재 EPL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케인의 차기 행선지’다. 토트넘을 떠날 것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일단 불은 케인 자신이 지폈다.
케인은 지난달 29일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배경이라 느끼지 못한다면, 토트넘만을 고수하진 않을 것”이라며 “나는 야심가”라고 밝혔다. 리버풀의 전설적인 수비수였던 해설가 제이미 캐러거는 4일 텔레그래프를 통해 “토트넘 팬들은 달갑지 않겠으나 그가 우승을 고민하는 것을 이해한다. 케인이 가까운 미래에 이적을 고민하는 것은 합리적인 것”이라며 선수 입장을 대변했다.
팬들은 화가 날 일이나 구단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을 때린 격일 수 있다. 억지로 붙잡지는 않겠다는 자세다. 대신 한몫 단단히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데일리 메일은 12일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이 재정적 부담을 덜기 위해 케인의 이적을 허용할 것”이라고 알리며 2억 파운드(3026억원)의 이적료를 책정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최고 이적료는 파리생제르맹이 지난 2017년 바르셀로나에서 네이마르를 영입할 때 지불한 2억2200만 유로(약 2945억원)였다.
토트넘은 케인과 함께 1040만 파운드(160억원)를 받고 있는 탕귀 은돔벨레도 팔 생각이다. 케인과는 케이스가 좀 다르다.
지난해 여름 구단 역대 최대 이적료를 경신하며 리옹에서 모셔온 은돔벨레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상으로 전임 포체티노 감독에게도, 현재의 모리뉴 감독에게도 신뢰를 받지 못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먹튀’인 셈인데, 단 1시즌 만에 내놓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스타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반길 팬들은 없다. 그나마 제 값을 받는다면 다음을 도모할 수 있겠지만, 현재처럼 축구판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원하는 거래가 성사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서로 골만 깊어진 채 그냥 덮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클럽의 방침은 흔들거리고 스쿼드의 간판들은 짐을 싸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뒤숭숭한데 토트넘 팬들은 더 어지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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