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뛰고 싶다”던 슈퍼쌍둥이, 소원 이뤘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5일 03시 00분


프로배구 이재영-다영 자매
고교후 6년만에 흥국생명 한솥밥…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
어머니도 88올림픽 대표로 활약

‘슈퍼 쌍둥이’의 언니 이재영(왼쪽)과 동생 이다영이 13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흥국생명 본사에서 흥국생명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마친 뒤 나란히 꽃다발을 들고 있다. 흥국생명 제공
‘슈퍼 쌍둥이’의 언니 이재영(왼쪽)과 동생 이다영이 13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흥국생명 본사에서 흥국생명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마친 뒤 나란히 꽃다발을 들고 있다. 흥국생명 제공
어차피 같은 프로 배구팀에서 함께 시작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쌍둥이의 언니 이재영(24)과 동생 이다영 모두 진주 선명여고 시절 초고교급 선수로 이름을 날렸기 때문이다. 2014년 9월 11일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재영은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이다영은 전체 2순위로 현대건설의 지명을 받았다. 둘은 그때부터 “언젠가 꼭 같이 뛰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적으로 만났던 ‘슈퍼 쌍둥이’가 6년 만에 같은 유니폼을 입는다. 프로배구 사상 쌍둥이가 한 팀에서 뛰게 된 건 처음이다.

흥국생명은 14일 자유계약선수(FA) 이재영 다영 자매와 계약했다고 14일 밝혔다. 레프트 이재영은 연간 총액 6억 원(연봉 4억 원·옵션 2억 원), 세터 이다영은 총액 4억 원(연봉 3억 원·옵션 1억 원)에 3년 계약했다. 지난 시즌 이재영의 연봉은 3억2000만 원, 이다영은 1억8000만 원이었다. 이다영은 다른 팀으로 갔더라면 더 좋은 조건의 대우를 받을 수 있었지만 언니와 함께 뛰려고 계약 테이블에서 한발 양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다영은 “언니와 함께 뛰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가족의 영향도 있지만 박미희 감독님의 리더십과 흥국생명의 분위기도 이적을 결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재영은 “다영이와 같이 하게 돼 너무 좋다. 다음 시즌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5분 차이로 세상에 나온 둘의 어머니 김경희 씨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의 세터였다. 자매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전주 중산초에 다니던 9세 때부터 배구를 시작해 고교 때까지 10년 동안 같은 팀에서 뛰었다.

프로 입단 뒤에는 잠시 희비가 엇갈렸다. 언니는 데뷔하자마자 2014∼2015시즌 신인왕을 차지했고 2016∼2017시즌에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상까지 거머쥐었다. 반면 이다영은 데뷔 초반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언니가 MVP가 되고 난 이후 2017∼2018시즌부터 주전을 꿰찼고 지난 시즌까지 3시즌 연속 세터 1위, 베스트7 세터상을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세터로 거듭났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도 자매는 주전으로 맹활약하며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는 데 앞장섰다. 어머니 김 씨는 “이제 딸들이 한 팀이라 응원도 한곳만 가서 좋을 것 같다. 대표팀에서도 호흡을 맞췄으니 그 걱정은 안 한다. 배구는 단체 경기이니 서로 희생해서 팀을 도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고의 공격수와 최고의 세터를 함께 보유하게 된 흥국생명은 벌써부터 우승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두 자매는 내년 도쿄 올림픽 동반 출전의 꿈에도 부풀어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여자프로배구#이재영#이다영#흥국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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