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야구선수가 아니라 프로야구선수잖아요.”
최근 황재균(33·KT 위즈)의 소셜미디어(SNS)에 낯선 게시물이 한 건 올라왔다. 수원 지역에서 실종된 50대 지적장애인을 찾는다는 벽보를 촬영해 올린 것. 한 야구팬이 황재균의 SNS에 쪽지를 보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부탁하자, 황재균이 사진을 전달받아 올린 것이다. 실종자를 본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에 게시물을 올렸고, 팔로워가 3만5000명에 달하는 데다 수원을 연고로 한 KT의 간판스타인 만큼 수천 명의 팬들이 이 게시물에 관심을 드러냈다.
황재균은 프로야구계의 대표적 ‘선행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 1000만 원을 전달했다. 지난해 4월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 때도 역시 같은 금액을 기부한 바 있다. 야구 시즌이 끝나면 매번 유기견 관련 봉사활동 등 선행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온 황재균다운 행보라는 평가다.
최근 만난 황재균은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조심스럽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코로나19 기부 당시에도 “큰 액수가 아닌데 알려지는 게 부담스럽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이었다. 거듭 묻자 “유명 연예인만큼 팔로워가 많은 건 아니지만 단 한 명일지언정 영향을 받는다면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며 “실종자 찾기 사진을 올리면 한 명이라도 ‘비슷한 사람을 본 것 같다’고 되짚을 수 있고, 유기견 봉사 글을 올리면 ‘나도 이런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야구선수가 아니라 프로야구선수다. 팬들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직업이다. 프로선수로서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기 때문에 기회가 될 때마다 갚고 싶다. 야구장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사회활동에 관심이 많았지만, 연봉 등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지금은 연차도 쌓이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니 어릴 때 못했던 것까지 몰아서 하고 싶다.”
프로선수가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사례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신음하는 가운데 여전히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일부 선수들을 중심으로 문화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프로의 뜻을 정확히 인지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야구계를 향한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