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월보다 5월이후 타율 높아… 일정상 경기 축소땐 가능성 더 커
한국, 백인천의 원년 0.412가 유일… 미국은 1941년 윌리엄스의 0.406
이종범-테임즈 4할 맹타 유지하다 102-104경기 넘어가며 기록 실패
“제발 누군가 빨리 좀 타율 4할을 넘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들이 마지막 4할 타자에 대한 질문을 그에게 쏟아내느라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둘 테니 말이다.”
테드 윌리엄스(1918∼2002)가 자신의 책 ‘타격의 과학’(The Science of Hitting·1986년 출간)에 적은 내용이다. 그가 1941년 타율 0.406을 기록한 뒤 메이저리그에서 타율 0.400을 넘긴 타자는 없다.
국내에서는 프로야구 원년이던 1982년 백인천(77)이 기록한 0.412가 유일한 4할 기록이다. 백인천은 당시 72경기에 나와 250타수(298타석) 103안타를 기록했다. 백인천은 윌리엄스와 달리 마지막 4할 타자에 대한 자부심이 넘친다. 자서전 ‘백인천의 노력자애(努力自愛)’에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타율 4할의 내 기록을 깨기는 힘들다”며 “나처럼 일본이나 한국에서 의지와 집념을 갖추고 ‘목숨 걸고’ 하는 선수가 나타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썼다.
출전 경기와 타석수로 보면 ‘바람의 아들’ 이종범(50·당시 해태)이 백인천보다 더 오랫동안 4할 타율을 유지했다. 이종범은 1994년 102번째 출장이던 8월 21일 경기까지 405타수 162안타로 정확하게 타율 0.400을 기록했다. 그러나 생고기와 육회를 먹고 배앓이에 시달리면서 이후 나흘 동안 13타수 1안타(타율 0.077)에 그쳤고, 결국 타율 0.393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 영향으로 이종범의 아들인 ‘바람의 손자’ 이정후(22·키움)도 생고기를 입에 대지 않는다.
이종범보다 더 많은 경기에서 4할 타율을 유지한 선수도 있었다. 테임즈(34·당시 NC)는 2015년 5월 20일부터 그해 시즌이 끝날 때까지 104경기에서 344타수 138안타로 타율 0.401을 기록했다. 다만 시즌 초반 39경기에서 타율 0.328로 부진했던(?) 탓에 전체 타율은 0.381이었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즌 개막이 늦춰지면서 불멸의 기록처럼 여겨지는 4할 타율의 벽이 깨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날이 덜 풀린 시즌 초반에는 보통 타자보다 투수가 유리하다. 공식 기록지에 나온 기온을 바탕으로 2009∼2018년 10년간 기온별 타율을 살펴보면 △9도 이하 0.260 △10∼19도 0.273 △20∼29도 0.279 △30도 이상 0.283으로 기온이 오를수록 타율도 올랐다.
올 시즌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개막이 이르면 다음 달 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3월 하순 평년 기온은 10.6도, 4월 평균 기온은 12.5도이지만 5월이 되면 17.8도로 오른다. 10월 평균 기온도 14.8도로 4월보다 따뜻하다. 여기에 더해 경기 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수가 줄면 4할 타자가 나올 확률도 그만큼 올라간다. 4할 타자를 꿈꾼다면 올해야말로 ‘의지와 집념을 갖추고’ 타석에 들어설 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