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최주환(32)의 2018시즌은 가히 최고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138경기에 출장해 기록한 타율 0.333(519타수 173안타), 26홈런, 108타점, 출루율 0.397의 성적은 압도적인 커리어하이였다. 연봉도 2억 원에서 3억 8500만 원으로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2019시즌을 앞두고는 수비향상에 많은 공을 들이며 공수겸장 2루수로 거듭나겠노라고 의지를 다졌다. 2017시즌 2루수로 올스타전 베스트12(드림올스타)에 뽑혔던 만큼 어려울 것은 없었다. 업그레이드를 기대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졌다. 당시 두산 조성환 수비코치도 “(최주환이) 정말 준비를 잘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정규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장애물과 맞닥뜨려야 했다. 옆구리 부상에 따른 재활이 장기화했다. 총 62일, 두 달 가까이를 2군에서 보냈다. 5월 28일부터는 꾸준히 1군에서 버텼지만, 끊긴 리듬을 되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87경기에서 타율 0.277(285타수 79안타), 4홈런, 47타점에 그쳤다. 팀이 통합우승을 차지한 덕에 웃을 수 있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몸무게를 8㎏ 감량하는 등 절치부심하며 2020시즌을 준비한 이유다.
준비과정은 순조롭다.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기간 중 펼쳐진 연습경기를 포함해 오프시즌 16차례 실전에서 타율 0.370(46타수 17안타), 1홈런, 10타점, 출루율 0.500의 고감도 타격을 과시했다. 수비에서도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9시즌이 썩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2루수로 474이닝을 소화하며(2018시즌 123이닝) 자신감을 얻은 까닭에 움직임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주전 2루수 경쟁을 두고 “개막전 때 보라”고 밝힌 이유도 최주환이 수비에서 믿음을 심어줘서다. 최주환은 “신인 시절부터 수비가 약하다는 편견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게 콤플렉스였지만, 이제는 잘하기 위한 고민만 할 뿐이다. 지난해에도 2루수로 꾸준히 나가며 무리 없이 해낸 점(2실책)에는 점수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문제없이 2020시즌을 소화하면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지금은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부활만을 바라보고 달린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충실하게 임해 시즌이 다 끝나고 평가받겠다. 기록이 나오고 평가받아도 늦지 않다”는 다짐에선 비장함마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