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안 망했다”… 이관희는 왜 선배들을 비판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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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서 ‘하승진-전태풍 발언’ 반박
하승진-전태풍, 은퇴후 한국농구 쓴소리… “수직적 문화, 훈련법도 주먹구구”
이관희 “15년전 얘기로 후배 사기꺾어… 모두들 선진기술 익히려 노력중
좀 더 애정 갖고 바라봐줬으면”… 하승진 “선수 대변하고 싶었는데… 사과”

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한국 농구 아직 망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9분 분량 방송을 올린 프로농구 삼성의 이관희. 하승진, 전태풍 등 은퇴 후 한국 농구를 비판하고 있는 선배들에 맞서 그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현역 선수들을 대표해 한국 농구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이관희 유튜브 방송 캡처
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한국 농구 아직 망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9분 분량 방송을 올린 프로농구 삼성의 이관희. 하승진, 전태풍 등 은퇴 후 한국 농구를 비판하고 있는 선배들에 맞서 그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현역 선수들을 대표해 한국 농구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이관희 유튜브 방송 캡처
‘한국 농구 아직 망하지 않았다!’

18일 프로농구 삼성 이관희(32)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농구선수갓관희)에 올린 9분 분량의 영상이 코트 밖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은퇴한 하승진(35)과 최근 현역 생활을 마감한 전태풍(40)이 은퇴 소감으로 “한국 농구는 망했다”, “감옥 같았는데 은퇴해서 정말 행복하다” 등 한국 농구를 ‘디스’(비난)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을 올린 것이다.

이관희는 “한국 농구는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승진, 전태풍이 한국 농구의 훈련법은 주먹구구식이고 문화가 수직적이라는 데에 대해 “맞는 말도 있고 공감한다”면서도 “일부인 데다 적어도 15년 전 이야기다. ‘망했다’고 표현하는 농구 코트에 남아 뛰는 현역들, 프로를 꿈꾸는 유망주들의 사기가 꺾일 수 있다. 한국 농구가 가고 있는 방향을 좋게 풀어 이야기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관희는 방송 후 전화 인터뷰에서 “유니폼을 벗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불만을 내뱉은 형들에게 조금 화가 나는 부분이 있었다. 현역일 때 ‘선수 대표’로 나서줬다면 어땠을까 조금 아쉬웠다”며 게시 이유를 밝혔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한국 농구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이관희는 “트레이닝 파트를 일례로 들면 트레이너들이 해외에서 배워 온 선진 몸 관리 기법 등을 접목시키려 많이 노력한다. 나 같은 경우도 스텝 기술 등을 기르기 위해 트레이닝 파트의 조언을 받아들여 복싱을 익혔다. 과거라면 꿈도 못 꿀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변을 둘러봐도 프로 타이틀을 달고 훈련을 게을리하는 선수는 없다”며 좀 더 애정 있게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번 시즌은 조기 종료됐다. “많이 부족했다”며 아쉽게 마감한 시즌을 되돌아본 이관희는 올 시즌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족저근막염 부상을 치료하고 ‘스킬 업’을 위해 경기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관희의 진심 어린 발언은 선배들의 마음을 움직인 모양이다. 그의 방송 이후 하승진은 “선수들이 힘들게 느꼈던 부분을 대변해주고 싶었는데,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면 사과한다”는 글을 남겼다. 이관희는 “당초 형들을 비난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해서’라는 목적은 모두 같다. 두 달 전 유튜브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연락을 줘 응원해준 사람이 (하)승진이 형이다.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탓에 ‘같이 방송 찍자’고 하고 지금껏 못 만났다. 이젠 안 만나면 안 될 것 같다”며 웃었다.

2011년 삼성에 입단해 꾸준한 기량 상승으로 팀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한 이관희는 데뷔 후 처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올 시즌 40경기를 뛰며 평균 10.6점, 3.2리바운드, 1.7도움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친 그는 잔류와 이적의 기로에 섰다. 이관희는 “1분, 1초라도 코트 위에서 내가 더 필요한 팀을 선택 기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프로농구#이관희#하승진#전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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