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색 그라운드 위를 거침없이 달리며 공을 다투는 선수들의 모습은 시즌 개막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와 같았다. 관중석이 텅 빈 경기장을 메운 것은 “(수비로) 내려와!” “더 압박해”라는 선수들의 강렬한 외침이었다.
23일 프로축구 K리그1(1부) 인천과 K리그2(2부) 수원FC의 연습 경기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이 경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린 K리그 팀 간 연습 경기였다. 코로나19로 개막이 연기된 가운데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1일부터 각 팀의 외부 연습 경기를 허용했다.
경기는 K리그 공식 경기와 같은 절차(구단 버스로 선수 이동, 심판 배정 등)에 따라 진행됐다. 앞으로 연습 경기를 치러야 할 타 구단 관계자들도 경기장을 찾은 가운데 선수와 취재진은 발열 검사 등 예방 수칙을 지키며 경기장에 입장했다. 선수들은 마스크와 방역 장갑을 끼고 경기장에 들어온 뒤 그라운드 위에서 놓인 통에 방역 도구를 넣었다. 양 팀이 인사를 나눌 때 자기 팀끼리도 1m 이상 떨어진 간격을 유지했고, 경기에 앞서 심판과 선수들의 악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선수들이 경기 전후 마시는 물통에도 등번호와 이름 등이 적혀 있어 섞이는 것을 막았다.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거리(가장 앞줄 기준 2.3m)가 가까워 생동감 넘치는 경기를 볼 수 있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지만 이날은 무관중 경기였다. 봄을 시샘하는 찬바람까지 부는 가운데 인천의 어린이 팬들이 장외에서 분위기를 띄워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경기장 밖 펜스에서 30분 이상 목청껏 응원가를 불렀다.
모처럼 자체 청백전을 벗어나 ‘적’과의 경기를 펼친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생기가 넘쳤다. 수원FC가 전반 28분 마사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수원FC 선수들은 마사가 골을 넣었을 때 등을 토닥여 주기는 했지만 단체로 뭉쳐서 세리머니를 하지는 않았다.
승패를 떠나 실전에 가까운 경기를 펼친 양 팀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임완섭 인천 감독은 “마스크를 쓰고 지시를 내리는 것이 답답하기는 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익숙한 패턴의 연습만 하다가 두 달여 만에 다른 팀과 경기를 치러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수원FC 수비수 이한샘은 “전날부터 설렜다. 수원을 떠나 경기장에 도착한 뒤부터는 진짜 경기가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리그 개막에 대비해 보완할 점도 발견됐다. 연맹의 연습 경기 지침 중에는 ‘경기 중 선수 간 대화 금지’ 등 지켜지기 어려운 항목이 있다. 인천 미드필더 김도혁은 “연맹 지침 중 ‘침 뱉기 금지’는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중에 대화까지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맹 관계자는 “연습 경기들을 충분히 관찰한 뒤 시즌 개막에 따른 경기 지침을 내릴 때는 수정 및 보완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맹은 24일 이사회를 통해 시즌 개막일(다음 달 8, 9, 10일 중 하루 유력) 및 경기 수를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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