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스포츠나 실내 문화활동 등이 제한을 받으면서 공간이 탁 트인 산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요즘에는 혼자 또는 커플끼리 마스크를 낀 채 산을 찾는 ‘혼산족’ ‘둘산족’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예전에는 산악회 등에서 단체로 산을 찾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 등산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히밀라야 16좌 완등에 성공한 엄홍길 산악대장(60·사진)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오전에 서울 우이동에서 북한산을 오르는데 예년과 달리 젊은 커플이나 혼자 산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등산이 ‘사회적 거리 두기’에 가장 적합한 여가 활동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올해 3월에만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도봉산 포함)은 67만590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7만7085명보다 20만 명가량 늘었다. 계룡산도 2월 23일부터 이달 19일까지 35만9000명이 찾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 늘었다. 치악산도 전년 대비 12만5000명 증가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인 블랙야크의 ‘국내 100대 명산 완주 프로젝트’에 참여해 산행 인증을 한 사람도 지난해 3월과 비교해 30%가량 늘었다. 등산객 증가로 아웃도어나 등산용품 매출도 회복 추세에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젊은 등산객들이 산에서 찍은 사진 올리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톱 배우 커플인 차인표, 신애라 부부도 3월 SNS에 산행 사진을 여러 차례 올렸다. 신 씨는 “하루 30분 이상 걷기가 면역력을 증가시킨다. 어려운 시기에 함께 걷자”고 등산의 매력을 전했다.
등산객들이 늘면서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23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국립공원 안전수칙’을 마련해 홈페이지 등에 고지했다. 등산객이 몰리지 않는 시간에 방문하고, 정상 등반은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주변 등산객과 2m 이상 거리를 두고 쉼터 등 밀집 장소에 오래 머물지 말 것을 권고했다. 북한산과 계룡산 등에는 특별 순찰팀을 편성해 안전 수칙 홍보 활동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엄 대장은 “봄철 산행에는 저체온증, 낙상 사고 등 위험 요인이 많다.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권고 사항을 지키면서 개인 안전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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