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팬들이 롯데를 부르는 다른 이름은 ‘봄데’다. 봄에 유독 강해 이런 별명이 붙었다. 롯데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건 1992년 10월 14일로 어언 1만62일 전이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는 38년 동안 총 10번(26.3%) 정상을 차지했다.
5일 개막을 앞둔 올해 프로야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시범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그 대신 팀당 6경기씩 연습경기를 진행했다. 롯데는 1일 삼성을 8-7로 꺾고 올해 연습경기를 1위(5승 1패·승률 0.833)로 마쳤다.
올해 결과를 놓고도 예년처럼 팬들 의견은 둘로 나뉜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신중론자들의 말에 희망론자들은 “올해는 ‘프로세스’부터 정말 다르다”며 맞서고 있다.
희망을 품는 롯데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선수는 역시 ‘슬림 보이’ 이대호(38)다. 스프링캠프에서 몸무게를 15kg 정도 줄인 이대호는 공격은 물론이고 1루수 수비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부터 롯데 지휘봉을 잡은 허문회 감독은 “호주 캠프 기간 훈련장과 숙소가 도보로 1시간 정도 거리였는데 이대호가 매일 걸어 다니며 몸을 만들었다”면서 “10개 구단에 이대호 같은 1루수는 없다. 타격은 물론이고 수비도 잘한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지난해 1루수가 아니라 지명타자에 가까웠다. 135경기에 출전한 이대호가 선발 1루수로 나선 건 20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이대호는 “지명타자보다 수비 포지션이 있는 게 훨씬 낫다. 수비를 하면서 몸을 풀 수 있어 타격도 좋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타율 0.375(16타수 6안타)로 연습경기를 마쳤다.
롯데에 이어 4승 1무 1패(승률 0.800)로 시범경기를 끝낸 KT의 이번 시즌 키워드 역시 ‘1루수’다. 부임 2년째를 맞은 KT 이강철 감독은 이번 시즌 강백호(21)에게 주전 1루수를 맡긴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전까지 강백호가 프로에서 1089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1루수로 기록을 남긴 건 딱 1타석뿐이었다.
포지션을 바꾸면서 타격감이 떨어지는 선수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강백호는 “나는 원래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선 5경기에서 타율 0.182로 부진했던 강백호는 한화와 맞붙은 1일 수원 안방경기에서 5회말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리면서 그 자신감을 실력으로 증명해 보였다. 이날 강백호는 홈런 1개, 2루타 2개를 포함해 4안타 7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15-13 승리를 이끌었다. 연습경기 최종 타율은 0.400(15타수 6안타)까지 올랐다. 옥에 티는 2회초 수비 과정에서 실책성 플레이를 저지르면서 동점을 내준 것. 수비에서는 자신감보다 겸손함이 앞섰다. 강백호는 “아직 1루 수비를 별로 해보지 않아서 모든 게 낯설다. 열심히 노력해 꼭 적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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