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중원사령관 주세종
화려한 개인기 자랑은 못해도 3번 이상 공 터치 않는게 철칙
항상 다음 내다보며 동료에 연결
전투적으로 바뀐 모습 보여드리고 MF로서 잠재력 더 끌어올릴 것
“선수들은 보통 골을 넣고 스포트라이트도 받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빨리 패스를 주고 경기 템포가 빨라지면 그것으로 너무 좋아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이자 FC서울의 ‘중원사령관’ 주세종(30)이 프로축구 K리그 개막을 앞두고 속도감 있는 경기 운영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시즌 전북, 울산에 밀려 3위에 그친 서울은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한 다득점 축구를 목표로 시즌을 준비해왔다.
서울은 기존 알렉산다르 페시치(28), 박주영(35), 조영욱(21)에 기습적인 문전 쇄도가 장기인 브라질 출신 아드리아노(33)를 4년 만에 재영입해 공격진을 강화했다. 팀의 공수 연결 고리인 주세종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
주세종은 “대표팀에서는 공을 돌리면서 ‘빌드업’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소속팀에서는 다르다. 최용수 감독님이 전방과 수비 뒷공간 등으로 빠른 연결을 주문하신다. 득점 포인트도 욕심을 많이 낼 것”이라며 “팬분들께서는 더 전투적으로 바뀐 주세종을 보게 되실 것”이라고 말했다.
기량에 물이 한껏 오른 나이 30세, 자칫 플레이에 겉멋이 들까봐 스스로 경계하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주세종은 “나는 화려하게 개인기를 부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2∼3번 이상 공을 ‘터치’하지 않는 게 철칙이다. 공이 오기 전에 다음 상황을 생각하고 동료에게 빠르게 공을 연결하면서 경기 템포를 살리는 게 내 역할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얻은 경험도 정신 무장이 필요할 때마다 값지게 꺼내 쓰고 있다.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인 멕시코전을 뛰고 나서 내가 했던 축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더라고요. 멕시코의 카를로스 벨라(로스앤젤레스FC)를 자주 상대했는데 저의 공을 뺏는 기술, 돌파를 막는 노하우가 전혀 안 통했어요. 벨라가 뛰는 걸 보면서 ‘패스든 움직임이든 저런 속도의 축구를 해야 살아남겠구나’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독일전에서 손흥민(28·토트넘)의 추가 골을 도운 롱 패스 한 방 역시 ‘주세종 축구’를 지탱하는 힘이다. 주세종은 “무조건 집중하자는 생각으로 상대 공을 뺏을 수 있었고 흥민이에게 패스할 기회가 찾아왔었다. 흥민이의 골 세리머니를 축하해주려고 신나게 달려갔다가 체력이 완전히 소진돼 마지막까지 남은 힘을 쥐어짜 뛰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 마음 변치 말고 뛰자고 스스로 다짐한다”고 웃었다.
팀 우승에 기여하면서 2022년 월드컵에서 자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확인하는 게 목표다. 올해는 전북과 울산 등 리그 상위 팀과의 경기에서 그라운드 장악력을 발휘해 국내를 대표하는 ‘공수겸장’ 미드필더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해야 하는 중요한 해다.
“잘나갈 때 만족하다가 순식간에 내리막길로 떨어진 선수들을 많이 봤어요. 이제 조금 축구를 안다고 해서 설렁설렁 뛰지는 않겠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