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투수가 지녀야 할 최고의 덕목은 구위가 아니라 가슴 크기라는 말이 있다. 에이스에게는 배짱이 필요하다. 불펜에서 제 아무리 강력한 공을 던져도 실전 마운드에서 그 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사라진 투수는 많다. 그런 면에서 두산 베어스 이영하(23)는 에이스의 자격이 충분했다.
초등학교 때 전국대회를 제패하는 태권도 꿈나무였던 이영하는 대범하다. 김태형 감독도 인정한다. 프로 데뷔전이었던 2017년 5월 1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외국인타자 버나디노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다음 타자에게 주눅 들지 않고 홈런을 맞은 그 코스로 더 빠른 공을 던져 연속삼진을 잡아낸 이영하를 보면서 될성부른 떡잎이라고 판단해 기회를 줬다.
6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도 김 감독은 이영하의 배짱에 대해 말했다. “이영하는 자기가 제1선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선발로 나가게 돼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믿는 배짱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지난 시즌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를 올린 이영하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로 유턴한 조쉬 린드블럼의 공백을 메울 에이스로 큰 기대를 낳고 있다. 게다가 미국 야구팬들과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절호의 쇼 케이스 기회도 얻었다. ESPN을 통해 생중계되는 경기에서 잠재력을 보여준다면 기회의 문은 의외로 쉽게 열릴 수도 있다.
이렇게 잘 깔린 판에서 이영하는 마음껏 기량을 과시했다. 키 191㎝의 높은 피칭 포인트에서 나오는 최고 시속 150㎞의 위력적인 공으로 LG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5회까지 단 2안타만 내준 채 무실점으로 압도했다. 투구수가 80개를 넘어설 즈음인 6회 선두타자 정근우에게 사구를 허용한 뒤 내야수비 실책으로 이어진 무사만루 위기서 박용택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것이 옥에 티였지만, 시즌 첫 승 요건을 채우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두산은 3회 정수빈~박건우~페르난데스의 연속안타로 무사만루를 만든 뒤 오재일의 2타점 좌월 2루타, 김재환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최주환의 우월 2점홈런으로 대거 5득점하며 이영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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