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걸음이 마지막 행보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 꿰었다는 것만으로도 역사다. ‘슈퍼루키’ 소형준(19·KT 위즈)의 데뷔전만큼은 전설들과 나란히 남게 됐다.
KT는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12-3으로 승리했다. 1-2로 뒤진 5회 대타 조용호의 우전안타를 시작으로 7안타를 몰아치며 대거 6득점을 뽑은 게 승리의 요인이었다. KT가 한 이닝에서 6점 이상을 뽑아낸 것은 2019년 8월 29일 수원 두산전 이후 24경기만이다. 이날 KT 타선은 22안타를 뽑아냈다. 이강철 감독 부임 이후 최다 기록이다. 개막 3연전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내리 패한 KT는 막내의 호투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마운드에서는 소형준이 빛났다. 올해 KT의 1차지명으로 입단해 데뷔 첫 선발등판에 나선 소형준은 5이닝 5안타 1볼넷 2삼진 2실점으로 첫 승을 신고했다. 최고 151㎞의 포심과 147㎞의 투심을 주무기로 시즌 초반 한껏 물오른 두산 타선을 버텨냈다.
데뷔전에 선발로 나선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여기서 승리를 따내는 건 더욱 어렵다. KBO리그 39년 역사상 소형준이 29번째다. 신인으로 범위를 좁히면 20번째, 고졸신인으로만 따지자면 8번째로 매우 드물다.
위업을 작성해낸 명단은 쟁쟁한 이름으로 가득하다.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은 2006년 4월 1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7.1이닝 10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의 데뷔전이다. KT 사령탑 이강철 감독도 1989년 4월 13일 무등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이닝 2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송골매’ 송진우는 하루 전인 1989년 4월 12일 대전 롯데전에서 완봉승으로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아울러 KT는 2018년 김민에 이어 소형준까지 기록을 쓰며 고졸신인 데뷔전 선발승 투수를 두 번째 배출한 최초의 팀이 됐다.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할 만큼 압도적인 투구는 아니었지만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은 것은 분명하다. 유신고 시절부터 ‘전국구 에이스’로 이름을 알렸고, 스프링캠프 때 사령탑에게 “안구정화가 된다”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이를 증명해낸 데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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