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자신에게 기회를 준 감독에게 보답하는 건 결국 활약이다. 간단하지만 어려운 진리를 배정대(25·KT 위즈)가 해내고 있다.
KT는 지난해 김민혁~멜 로하스 주니어~강백호로 외야진을 꾸렸다. 타격에서는 리그 상위권 성과를 냈지만 수비가 문제였다. 고심하던 이강철 KT 감독은 올 시즌 개막에 앞서 배정대 카드를 꺼냈다. 2014년 LG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배정대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수비만큼은 인정받은 자원이다. 문제는 타격이었다. 배정대는 겨우내 피나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바꿔왔고, 스프링캠프부터 타구속도가 10㎞ 이상 올랐다. 타석에서도 결과를 내겠다는 무언의 시위였다. 이 감독은 배정대를 중견수로 낙점했다.
이 감독의 결정에 명분을 주는 건 결국 배정대였다. 그리고 개막 4경기에서 타율 0.385(13타수 5안타), 2타점, 2득점으로 신뢰에 보답하고 있다. 이 감독은 “3할 타율만큼의 가치가 있는 수비를 보여줄 선수”라고 기대를 보냈는데 타격에서도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진가는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나왔다. KT가 8-2로 앞선 6회 2사 1·2루, 허경민의 타구가 중견수 앞쪽으로 향했다. 빗맞았기 때문에 포구가 쉽지 않았고 주자 두 명이 홈을 밟는다면 KT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이때 배정대가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아냈다. 두산이 비디오판독까지 신청했지만 정심이었다. 내야에서 판독 결과를 기다리던 배정대는 손을 치켜들며 잠깐의 기쁨을 표했다.
배정대는 “대만 가오슝 마무리캠프부터 각오를 다지고 차근차근 준비했다. 겨우내 트레이너들과 몸을 잘 만들었고 지인들과 만남도 거의 안 했다. 절제하는 내 자신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김강 코치님, 조중근 코치님이 ‘넌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신 게 동기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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