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구촌 축구가 멈춰선 가운데 한국 축구의 독보적인 존재감이 화제다. 특히 손흥민(28·토트넘)과 이동국(41·전북 현대)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았다. 덕분에 한국축구의 위상도 높아졌다.
손흥민은 국군 홍보대사라고 할만하다. 손흥민이 뛴 남자축구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자 우리의 징병제나 병역혜택에 대한 세세한 정보가 세계로 퍼져나갔다. 외신들은 손흥민이 시즌 중에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이유를 추적하다가 자연스럽게 군대 얘기에 관심을 가졌다.
지난달엔 기초 군사훈련으로 떠들썩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중단된 상황에서 내린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입소 시기나 장소, 기간 등이 외신을 탔다. 흐릿한 입소 장면이 메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손흥민 얼굴과 총·철모·수류탄 등 군대 장비의 합성 사진은 큰 웃음을 자아냈다.
8일엔 훈련소 수료식으로 왁자했다. 토트넘 최고 스타의 군 생활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그냥 밋밋한 퇴소가 아니었다. 행군이나 총검술, 화생방 등을 모범적으로 해내며 큰 상까지 받았다. 우수한 훈련병에게 주는 필승상을 수상했다. 특히 사격솜씨가 돋보였다. 25m 영점 사격에서 10발 모두를 명중시켰다. 발로 하는 슈팅뿐 아니라 총으로 하는 슈팅도 최고였던 셈이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은 “완벽한 사격 솜씨를 뽐냈다”고 했고, 영국 데일리메일은 ‘넘버원 손(Number one Son!)’이라고 헤드라인을 달았다.
최근 손흥민은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렸다. 톱스타이기에 가능했던 얘기들이다. 이제 그는 한 달여의 국내생활을 마무리하고 조만간 영국으로 떠난다. 2주간의 자가 격리를 거쳐 팀 훈련에 복귀할 예정이다. 어쨌든 이번 군사훈련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K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 이동국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K리그는 개막 자체만으로도 크게 주목 받았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리그를 시작하는 K리그를 보기 위해 지구촌의 시선이 쏠렸다. 8일 생중계된 개막전(전북 현대-수원 삼성)의 트위터 누적 시청자수는 3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K리그가 이렇게 관심을 받은 적은 예전엔 없었다. 중계권도 불티나게 팔렸다. 무려 36개국에서 사갔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홈페이지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생중계했다. 생소한 나라, 처음 보는 선수들이지만 축구는 만국 공통어였다. 축구에 목말랐던 팬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었다.
이동국에게도 뜻 깊은 개막이었다. 헤딩 결승골로 균형을 깨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그의 세리머니는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결승골을 넣은 뒤 왼손 위로 오른손 엄지를 드는 자세를 취했다. 평소 같으면 큰 몸짓이나 포효가 동반됐을 법하지만 격한 몸짓 없이 그냥 손가락으로 의미를 전했다. 이른바 ‘덕분에 챌린지’였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헌신하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세리머니였다. 아울러 개막을 가능하게 해준 사회 구성원 전체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였다. 그게 감동이었다. 코로나19 시대에 우리 축구의 방향타 같은 것이었다.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준 이동국에게 칭찬이 쏟아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