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아삼육’(둘도 없이 친한 사이)이 돼도 첫인상은 좋지 않을 때가 있다. 이민규(28)와 송명근(27)도 그랬다. 중학교 때까지 다른 학교에서 배구를 했던 둘은 같은 고교(송림고)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송명근이 입학 전 이민규의 연락처를 구해 ‘잘 지내보자’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민규는 그 메시지가 오히려 부담스러웠다고 떠올렸다. 이민규는 “실제로 만나 보니 오히려 소심하고 착한 친구였다”며 웃었다.
고교 시절 합숙소를 떠나 사흘간 함께 ‘가출’하기도 했던 둘은 대학(경기대)과 프로 팀(OK저축은행)에 이르기까지 14년 동안 한솥밥을 먹으면서 ‘영혼의 콤비’가 됐다. 송명근은 “고교 시절 나는 별 볼 일 없는 선수였고, 민규는 내가 우러러봐야 하는 선수였다. 민규 덕에 오늘날 내가 있을 수 있다”고 했고, 이민규 역시 “2017∼2018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됐을 때 다른 팀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받았다. 하지만 명근이와 떨어질 수 없어 OK저축은행에 남았다”고 했다.
사실 OK저축은행이 프로배구 남자부 제7구단으로 창단할 수 있었던 것부터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OK저축은행은 창단 과정에서 이 두 선수와 송희채(28·현 우리카드)까지 ‘경기대 삼총사’를 우선 지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한국배구연맹(KOVO)이 받아들였다.
둘은 실력으로 구단의 기대에 부응했다. 프로 2년 차였던 2014∼2015시즌에는 7연패(連(패,백))를 달리던 삼성화재를 무너뜨리고 챔피언이 됐다. 다음 시즌에는 ‘스피드 배구’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현대캐피탈을 꺾고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4시즌 동안 7-7-5-4위에 그치며 ‘봄 배구’와 멀어졌다.
이민규는 “팬들이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시몬(33·쿠바) 덕분이었다고 말하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2019∼2020시즌 결과가 더 아쉽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1라운드를 1위로 마치고 송명근이 라운드 MVP까지 차지했지만 이민규가 무릎 통증에 시달리면서 성적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민규는 “다음 시즌이 끝나면 입대를 해야 한다. 꼭 좋은 성적으로 팬들 응원에 보답하고 홀가분하게 군에 가고 싶다”고 했고, 송명근 역시 “곧 태어나는 아이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다음 시즌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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