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베이징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왕기춘(32)이 유도계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대한유도회는 12일 대한체육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스포츠공정위원회(이하 공정위)를 통해 왕기춘에게 영구제명과 삭단(단급을 삭제하는 조치) 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왕기춘은 유도계에서 더 이상 활동할 수 없게 됐다.
왕기춘은 현재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유도회는 수사 결과에 관계없이 왕기춘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고 판단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회의에 참석한 공정위원 8명은 만장일치로 왕기춘의 영구제명에 뜻을 모았다.
김혜은 공정위 위원장은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어 유도인의 사회적 지위를 손상했다”며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혐의인 만큼 만장일치로 중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영구제명 제재에 대해서도 “유도인으로서 사회적 활동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기춘은 공정위 규정 제34조(재심의 신청 등)에 따라 징계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대한체육회에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킨 바 있어 재심의를 거친다고 해도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을 대표했던 유도 스타의 몰락이다. 왕기춘은 10대 시절부터 최고의 유망주로 각광받았다. 2007년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73㎏급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이듬해 베이징올림픽 같은 체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에도 2009년 로테르담 세계선수권대회 이 체급에서 우승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에는 체육훈장 맹호장까지 받았다.
그러나 매트 밖에선 사생활 문제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2009년 경기도 용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20대 여성의 뺨을 때려 입건됐고, 2013년에는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하면서 몰래 휴대전화를 반입해 사용하다가 적발돼 영창 처분을 받았다. 2014년에는 자신의 SNS에 체벌을 옹호하는 발언을 남겨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후 대구에 유도관을 열고 제2의 인생을 열어가는 듯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여자유도대표팀 선수 A에게도 견책 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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