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투수들이 될 수 있을까.
양현종(32·KIA 타이거즈)과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은 지난해 11월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까지 야구국가대표팀의 좌완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각자의 팀에서 오랜 세월 꾸준한 활약을 펼친 둘은 일찌감치 ‘에이스’의 타이틀을 달고 KBO리그 무대를 누볐다.
10년 넘게 한국야구를 대표하며 KBO리그 정상급 투수로 활약한 이들은 어느덧 30대의 베테랑 투수가 됐다. 기량은 조금도 녹슬지 않았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더 이상 한국야구의 ‘에이스’ 역할을 맡을 순 없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양현종도 올 시즌 후 빅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둘의 후계자를 찾는 일은 실로 오랜 시간 동안 한국야구의 과제였다. 그러나 정상급 기량을 지닌 토종 선발투수들이 좀처럼 나오지 않으면서 난제처럼 돼버렸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들의 대체자를 찾기는 그만큼이나 어려운 과제였다.
2020시즌 출발과 함께 새 희망이 생겼다. 이들의 뒤를 이을 만한 어린 투수들이 첫 등판부터 나란히 호투를 펼치며 반가운 조짐을 낳았다. NC 다이노스 구창모(23)와 키움 히어로즈 이승호(21)다.
구창모는 토종 1선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로 팀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삼진도 무려 8개를 잡아내며 압도적 구위를 뽐냈다.
구창모가 던지는 시속 140㎞대 중후반의 빠른 직구는 현재 KBO리그에서도 가장 뛰어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예리하게 떨어지는 포크볼과 슬라이더는 타자의 배트를 연신 헛돌게 만들었다. 지난해 성적은 10승7패, 평균자책점(ERA) 3.20이다. 선발로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 올해 성적표는 어떨지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승호는 구창모와는 다른 스타일의 투수다. 직구 구속은 시속 140㎞대 초중반에 머물지만, 정교한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요리한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칼날 제구는 그의 으뜸가는 호투 비결이다. 여기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모두 자유자재로 다뤄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 이승호의 성적은 8승5패, ERA 4.48이다. 시즌 후 참가한 프리미어12에서 큰 대회 경험도 쌓은 만큼 올해는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두 투수 모두 팀 내 선발들 중 가장 좋은 출발을 알린 것은 분명하다. 소속팀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투수로도 성장한 이들의 모습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