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5월 13일. 지금으로부터 딱 105년 전 메이저리그 초창기 워싱턴 세니터스-시카고 화이트삭스전이 열렸다. 화이트삭스가 4-1로 승리한 그 날 선발투수 레드 파버는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32타자를 상대한 파버는 불과 67개의 공으로 9이닝 경기를 끝냈다. 총 경기시간은 1시간35분. 요즘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20세기 야구다.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LG 트윈스전은 21세기의 변화된 야구를 보여줬다. 2회까지 무려 57분이 소요된 가운데 LG가 9-0으로 크게 앞섰다. LG는 1회말 1사 3루서 채은성의 유격수땅볼로 선취점을 올렸다. 2루타를 치고나간 선두타자 이천웅이 김현수의 깊은 좌익수플라이 때 과감하게 3루까지 달려 세이프된 덕이었다. 그 타구를 잡으려던 SK 좌익수 고종욱은 왼 발목을 접질리는 부상을 당해 교체됐다.
‘매뉴팩처링 런’으로 앞서간 LG는 2회말 김민성의 2루타, 정근우의 좌전안타, 유강남의 몸에 맞은 볼로 1사 만루를 만든 뒤 오지환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2점째를 뽑았다. 여기까지 야구는 정상적이었다.
하지만 SK 선발투수 리카르도 핀토는 4구로 이천웅을 내보내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김현수의 2루 땅볼 타구를 김창평이 더듬거리다 2루 송구가 늦어져 주자를 모두 살려주면서 3점째. 4구와 실책이 겹치면 대형사고가 터진다는 속설 그대로였다. 이어진 채은성의 중견수 얕은 플라이 때 타구 판단이 늦었던 SK 정진기가 2타점짜리 적시타로 만들어줬고, 라모스와 타자일순으로 한 번 더 나온 김민성의 연속 4구로 만들어진 만루서 박용택이 주자 일소 2루타를 때렸다. 결국 2회에만 LG는 안타 4개, 4구 3개, 몸에 맞은 공 1개와 실책 1개로 8점을 뽑았다.
핀토는 2회까지 63개의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는 36개, 볼은 27개였다. 몇 차례 보더라인에 걸친 애매모호한 공이 있었지만 이때마다 문동균 주심은 볼을 선언했다.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7일 인천 SK전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했던 ‘흔들리는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발언의 나비효과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날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은 유독 엄격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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